21일 오전 판교 웹젠 사옥에서 열린 노동조합 집회. (사진=김태현 기자)
MMORPG '뮤', 'R2'를 개발한 국내 게임사 웹젠의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는 21일 오전 10시 성남시 판교 웹젠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직 노조 간부 복직, 노조 지회장 임금인상분 미지급, 임금단체협상 결렬 등 해묵은 노사 갈등이 터져나온 가운데 이에 항의하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노영호 웹젠지회 지회장과 네이버·스마일게이트·넥슨·엔씨소프트·NHN 등 화섬노조 10개 지부 관계자 총 21명이 참석했다.
웹젠의 노사 갈등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웹젠은 지난 2022년 임금협상과 관련해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결의했으나 당시 정부의 추가 교섭으로 보류됐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2022년 10월 노조 수석으로 일했던 A씨가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웹젠은 당시 A씨가 장기근무태만에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한 것이 내부 조사 결과로 밝혀졌다며 해고 절차를 밟았다고 전한 바 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 사건 징계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 맡겨진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A씨를 복직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웹젠은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양측은 형사고발까지 진행하며 대립 중인 상황이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복직을 시키지 않으려고 이행강제금 수천만원을 이미 내고 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많은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노조 간부의 처우 문제도 언급됐다. 웹젠은 체크오프에 동의하지 않은 노조원들의 평균 급여 인상분 파악이 어렵다며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의 2년 간 임금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해 인상분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에 불구하고 웹젠은 아직 임금인상분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노 지회장은 이를 두고 '임금체불'이라며 김태영 웹젠 대표를 성남지청에 형사고발했다.
웹젠 노조는 회사의 노조 탄압을 막으려면 첫 설립 당시 모였던 100명 수준의 인원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노 지회장은 "회사에 노조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며 "다음달 노동절까지 조합원을 최소 100명 이상을 모으지 못하면 지회장 직에서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회사가 당연히 그러하듯 웹젠도 노조를 존중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초 웹젠 노사간의 임금단체협상은 4차례 협상 끝에 결렬됐다. 회사 측이 복지 혜택 동결과 노조 사무실 제공 취소, 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대폭 축소 등 '독소조항'을 내건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