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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또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실거주용 1주택에 부과하는 종부세를 없애겠다고 발언하자 그 파장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부동산업계에서도 일파만파다. 종부세 취지는 고가 부동산 수요 억제와 자산불균형에 따른 조세 형평 차원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세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들어 종부세 정상화를 추진하는 세제 개편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조세저항은 강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주택 종부세 폐지'가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수도권과 지방 간뿐만아니라 자산불평등에 따른 양극화 해소가 더욱 요원해지고 조세제도의 형평성은 크게 후퇴할 것이란 우려다.
13일 여의도 정가와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가 지난 9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종부세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자 '종부세폐지론' 논란이 또 다시 불붙고 있는 형국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있지만, 세금도 과도하게 들어가면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 전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있는 사람에게 더 걷겠다는 당초의 의도가 결국은 더 어려운 사람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라면서 정부는 양도소득세·취득세·종부세 등 다주택자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을 지속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여소야대' 불구 종부세 완화 장벽 낮아질까
문제는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300석 중 191석을 차지하는 등 22대 국회가 역대급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면서 부동산 세제 완화 법안 통과가 험난할 것으로 예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민주당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었던 종부세 개선 발언으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자 향후 정가에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종부세법은 노무현 정권때인 2005년에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약 19년 동안 27차례 개정되었을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이같은 민주당 기조의 전향적인 변화는 향후 대선 등에서 중상층을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해석과 함께,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실용적 관점에서의 정책 방향 수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보더라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주택(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공시가격 18억원 이상)을 보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투기 억제와 불로소득 환수 등을 통한 과세형평 실현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우면서 그 수단의 일환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대비 공시가격 비율) 제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의 (단계적)인상과 세율의 급격한 인상 등 주택에 대한 일련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조치들을 취하였다. 결국, 보유세 등뿐만 아니라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도 인상돼 사실상 '징벌적 과세'가 취해졌다.
문재인 정부 동안 급등하는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한 급격한 공시가격 상향, 세율인상 및 다주택자 중과제도 도입 등 지속적인 종부세 강화 기조에 따라 2017년 대비 2022년 종부세 과세인원은 4배, 세액은 8배 급증했다. 특히, 1세대 1주택자의 경우에도 세부담이 대폭 증가해 2017년 대비 2022년 과세인원은 7배, 세액은 17배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윤 정부 출범 직후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에게 과도하게 부과됐던 세금 부담을 '정상화'해 '부동산세 정상화'를 통해 과세 수준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종부세 추진은 양극화 심화할수도
이를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적용됐던 중과세율을 대부분 폐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종부세율을 0.6∼6.0%에서 0.5∼5.0%로 인하 ▲다주택자는 기본 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3억원 확대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유지했다. 특히, 최저 1.2%·최고 6%에 달했던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없애 0.5∼2.7%로 단일세율로 바꾸고, 3주택 이상자의 합산과표 12억원 초과 부분에 대해서만 2.0∼5.0%의 중과세율을 적용했다.
이번 조치로 1세대 1주택자의 2023년 주택분 종부세 과세인원은 11.1만명으로 2022년 23.5만명 대비 12.4만명(53%) 감소했다. 다주택자의 2023년 주택분 종부세 과세인원은 24.2만명으로 2022년 90.4만명 대비 66.2만명(73%) 감소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임상빈 연구위원은 "종부세의 부담 완화는 부동산경기 변화에 맞게 납세자의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으로 경기 변화에 맞는 정상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우리나라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종부세를 보유세 본질에 맞게 재산세로 통합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기준·시세 25~27억)를 공동으로 소유한 1주택자 부부는 2022년 226만원 내던 종부세를 2023년에는 한 푼도 내지 않게 되었다"라면서 "반면, 서울 신축 원룸의 평균 월세 가격은 100만원을 돌파했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세부담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제대로 된 과세가 이뤄지지 않으며 자산불평등에 따른 심각한 양극화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라면서 "전체 국민 중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2%가 되지 않으며, 이들이 보유한 종부세 납부 기준 공시가격 12억 원의 주택은 시세로는 17억 원 이상을 상회한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0.16% 수준에 머물며 OECD 국가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사회에 제대로 된 자산과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종부세 관련 논란이 다시 제기됐는데, 부동산시장의 측면에서는 보유세가 완화되면 거래가 늘어날 수 있고, 경기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라면서 "다만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완화는 1주택, 특히 수도권 내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고,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높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입법이 어떻게 될지 여부는 향후 좀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만약 종부세 완화가 추진된다면 양극화 우려가 높아서 대형평수 및 고가 주택 종부세 완화에 대한 어느정도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라면서 "수십억하는 고가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완화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기 자극 등 부정적인 요인들도 많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원내대표 본인의 종부세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확대 해석해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 확정적 사실로 보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