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 직할경영체제로 편입된 후 글로벌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대됐다. 현재 14개국 18개 법인이 사업을 영위 중이다.(자료=현대캐피탈) ‘18.1%’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내수 판매 비중이다. 421만6898대 중에서 76만2077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나머지는 북미(108만대), 유럽(64만대), 인도(61만대), 아프리카·중동(30만대), 중남미(30만대), 중국(25만대), 러시아(5만대) 등에서 팔렸다. 100대 중 18대만 국내서 팔리고 82대는 해외서 팔렸다. 최근만의 추세가 아니다. 내수 판매 비중은 2019년 16.8%, 2020년 21.0%, 2021년 18.7%, 2022년 17.5% 등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어려웠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를 넘은 적이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5대양 6대륙에서 영업을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판매량 기준 ‘글로벌 톱3’ 레벨까지 올라섰다. 해외에서 자동차를 꾸준히 팔려면 다양한 몰입이 필요하다. 현지법인을 세워야 하고 금융서비스도 뒤따라야 한다. 독자 진출할 지, 현지 회사들과 제휴할 지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직접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국내 수입차 1위 기업인 독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은 국내 여러 개의 법인을 보유 중이다. 1980년대 처음 진출할 때는 안전하게 타사(한성자동차)와 제휴를 맺었다. 시장성을 확인한 후 2000년대 들어서는 법인을 설립했다. 승용차 외 상용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별도의 법인을 세웠고, 자동차 금융을 제공하는 전속(캡티브) 법인도 설립했다. 현지 시장의 여건, 성숙도에 따라 투입되는 자원의 강도도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벤츠와 1위를 다투는 BMW의 경우 스토리가 좀 다르지만 ‘판매+금융’의 기본 구조는 같다. ■현대캐피탈 직할 경영의 배경 현대차그룹에서 자동차 금융을 담당하는 캡티브 금융사는 현대캐피탈이다.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 설립된 회사(현대오토파이낸스)이고 정몽구 회장이 2000년 계열 분리하며 독립할 때 끌고 나왔다. 금융 계열사라는 이유로 현대카드를 성공으로 이끈 사위(정태영)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이사회에 ‘그룹맨’들을 파견해 적절히 견제하며 협조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 ‘정의선 시대’를 앞두고는 여러 의문들이 생겨났다. ‘그룹 승계를 계기로 정태영 부회장도 결국 계열 분리에 나설 텐데 협조가 잘 될까? 자동차 판매에 없어서는 안 될 캡티브 금융의 역할을 협조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과연 맞나? 계열 분리는 지배종속 관계가 사라졌음을 의미하는데 견해차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처할 수단은 있는가? 그룹의 성장과 함께 현대캐피탈이 크게 성장했을 때 과실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지분을 통한 배당? 우리 덕에 성장했는데 왜 결정권이 남에게 있어야 하지…?’ 사위가 장인 말씀은 따를 수 있어도 처남까지 가면 '아니올시다'일 수 있다. 지분을 통한 지배종속 관계까지 사라질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카드-캐피탈-커머셜’ 금융 3사 중에서 캐피탈만 직할로 가져간 배경이다. 다만,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막내 동생(정의선)에 대한 애정은 지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과야 있겠지만 정태영 부회장이 그 동안 그룹에 기여한 부분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카드-커머셜의 분리는 인정하더라도 캐피탈까지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룹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물리학의 운동 법칙 중에서 원심력과 구심력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며 “정태영 부회장의 경우 향후 계열 분리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상 과제이기 때문에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판매망 구축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동차 금융을 더 강화해야 하는 정의선 회장의 구심력과 배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정몽구-정의선 회장의 차이 그렇다면 ‘정의선 시대’의 금융 사업은 ‘현대캐피탈-현대차증권’ 두 회사가 중심일까. 현재로선 추가 확장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주변 관측이다. 정몽구 회장과 달리 정의선 회장이 ‘업의 본질’에 천착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정몽구 회장이 금융을 바라본 기본 관점은 ‘보완재’에 가깝다. 경기에 민감하고 수출 중심인 자동차 사업을 경기에 덜 민감하고 내수 중심인 금융이 보완하는 구조를 원했다. 자동차 사업에 긴요한 캐피탈 외에 ‘카드-증권-보험’ 등 금융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인 이유다. 여기에 더해 ‘왕자의 난’을 겪은 정몽구 회장으로선 그룹의 적장자로서 정통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했다. 자동차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계열사에 포함된 배경이다. 하지만 3세 경영인 정의선은 2020년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 사업에 더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을 바라보는 관점도 포트폴리오 구축보다는 본업을 더 공고히 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이는 그룹 직속이 된 현대캐피탈의 변화를 통해 읽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약 180개국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는 동안 현대캐피탈의 해외 진출(금융법인)은 2019년까지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독일, 브라질 등 6개국에 그쳤다. 놀랍게도 주요 시장인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 거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지역들은 일본 자동차들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후발 주자인 현대자동차가 따라잡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21년 9월 그룹 직할경영체제로 전환된 후 현대캐피탈은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전방위 확장에 나선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현재 14개국 18개 법인으로 확대됐다. 총채권에서 자동차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74.2%에서 지난해 말 81.2%로 불과 2년 만에 7%포인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627억원에서 4379억원으로 20.7% 증가했다. 정태영 부회장 아래 ‘금융 3사’의 일원일 때보다 양과 질, 속도 모든 측면에서 가파른 상승세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영업 전략에 발 빠르게 호응하며 ‘전속 금융사’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빠르게 재정립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선 시대' 금융전략은 2010년대 들어 전 산업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의 조류 속에서 2019년 현대차그룹은 ‘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를 미래 전략(비전 2025)으로 제시했다. 이는 강남 부동산 매입에 10조원을 베팅한 정몽구 회장의 경영 감각에서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를 대신해 당시 실질적으로 경영을 책임졌던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 내연기관의 퇴화라는 위기 상황에서 Car(자동차)나 Vehicle(운송수단)이 아닌 Mobility(이동)를 비전으로 제시한 것에서 ‘업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내연기관은 사라져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동’은 영원하며, 그 이동의 핵심 프로바이더가 되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모빌리티도 단순한 모빌리티가 아니다. 스마트 모빌리티다. 현 시점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대명사는 자율주행으로 볼 수 있다. 자율주행은 디지털, 센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결합돼야 구현이 가능하다. ‘스마트 모빌리티’가 그룹의 비전이 되는 순간, 4차 산업혁명의 모든 핵심 기술들이 중점 공략 대상이 됐다. 현대가(現代家)의 DNA인 ‘두려움 없는 도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일견 관련성이 부족해 보이는 로보틱스 회사(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납득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올바른 비전은 올바른 행동을 이끈다. 전기차,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소프트웨어, 항공 모빌리티 등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진행된 많은 투자에서 비전과 무관한 대형 투자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는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을 사들이고 강남 부동산에 투자한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다. 그룹 안팎에서 금융 부문 전략과 관련, 비전과 맥락을 벗어난 투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정의선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한눈팔지 않고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 왔다”며 “때가 되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도 현대해상처럼 혈족과 협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은 ‘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다. 다양한 Mobility 솔루션들(자료=현대차 홈페이지) 한국 경제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재벌’이라는 독특한 집단을 낳았다. 거친 풍파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재벌이지만 ‘부의 대물림’ 시기만큼은 이들도 예외다. 그들이 갈라서고 쪼개질 때 나라 경제가 휘청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재벌가 금융 계열사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왔다. 기업의 흥망성쇠에 결정타가 된 적도 여러 번이다. 자본과 금융시장 역할이 갈수록 긴요해지는 요즘, 재벌가의 숨은 조력자 혹은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던 금융 계열사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한민국 대표 재벌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금융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현대차와 금융④] 정태영의 원심력, 정의선의 구심력

현대캐피탈 직할경영 배경엔 '장인과 다른 처남'
정의선 시대 금융, 업의 본질 천착...현대해상과 유사할듯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5.29 15:30 의견 0
2021년 9월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 직할경영체제로 편입된 후 글로벌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대됐다. 현재 14개국 18개 법인이 사업을 영위 중이다.(자료=현대캐피탈)


‘18.1%’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내수 판매 비중이다. 421만6898대 중에서 76만2077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나머지는 북미(108만대), 유럽(64만대), 인도(61만대), 아프리카·중동(30만대), 중남미(30만대), 중국(25만대), 러시아(5만대) 등에서 팔렸다. 100대 중 18대만 국내서 팔리고 82대는 해외서 팔렸다.

최근만의 추세가 아니다. 내수 판매 비중은 2019년 16.8%, 2020년 21.0%, 2021년 18.7%, 2022년 17.5% 등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어려웠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를 넘은 적이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5대양 6대륙에서 영업을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판매량 기준 ‘글로벌 톱3’ 레벨까지 올라섰다.

해외에서 자동차를 꾸준히 팔려면 다양한 몰입이 필요하다. 현지법인을 세워야 하고 금융서비스도 뒤따라야 한다. 독자 진출할 지, 현지 회사들과 제휴할 지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직접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국내 수입차 1위 기업인 독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은 국내 여러 개의 법인을 보유 중이다. 1980년대 처음 진출할 때는 안전하게 타사(한성자동차)와 제휴를 맺었다. 시장성을 확인한 후 2000년대 들어서는 법인을 설립했다. 승용차 외 상용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별도의 법인을 세웠고, 자동차 금융을 제공하는 전속(캡티브) 법인도 설립했다. 현지 시장의 여건, 성숙도에 따라 투입되는 자원의 강도도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벤츠와 1위를 다투는 BMW의 경우 스토리가 좀 다르지만 ‘판매+금융’의 기본 구조는 같다.

■현대캐피탈 직할 경영의 배경

현대차그룹에서 자동차 금융을 담당하는 캡티브 금융사는 현대캐피탈이다.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 설립된 회사(현대오토파이낸스)이고 정몽구 회장이 2000년 계열 분리하며 독립할 때 끌고 나왔다. 금융 계열사라는 이유로 현대카드를 성공으로 이끈 사위(정태영)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이사회에 ‘그룹맨’들을 파견해 적절히 견제하며 협조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 ‘정의선 시대’를 앞두고는 여러 의문들이 생겨났다.

‘그룹 승계를 계기로 정태영 부회장도 결국 계열 분리에 나설 텐데 협조가 잘 될까? 자동차 판매에 없어서는 안 될 캡티브 금융의 역할을 협조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과연 맞나? 계열 분리는 지배종속 관계가 사라졌음을 의미하는데 견해차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처할 수단은 있는가? 그룹의 성장과 함께 현대캐피탈이 크게 성장했을 때 과실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지분을 통한 배당? 우리 덕에 성장했는데 왜 결정권이 남에게 있어야 하지…?’

사위가 장인 말씀은 따를 수 있어도 처남까지 가면 '아니올시다'일 수 있다. 지분을 통한 지배종속 관계까지 사라질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카드-캐피탈-커머셜’ 금융 3사 중에서 캐피탈만 직할로 가져간 배경이다. 다만,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막내 동생(정의선)에 대한 애정은 지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과야 있겠지만 정태영 부회장이 그 동안 그룹에 기여한 부분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카드-커머셜의 분리는 인정하더라도 캐피탈까지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룹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물리학의 운동 법칙 중에서 원심력과 구심력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며 “정태영 부회장의 경우 향후 계열 분리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상 과제이기 때문에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판매망 구축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동차 금융을 더 강화해야 하는 정의선 회장의 구심력과 배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정몽구-정의선 회장의 차이

그렇다면 ‘정의선 시대’의 금융 사업은 ‘현대캐피탈-현대차증권’ 두 회사가 중심일까. 현재로선 추가 확장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주변 관측이다. 정몽구 회장과 달리 정의선 회장이 ‘업의 본질’에 천착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정몽구 회장이 금융을 바라본 기본 관점은 ‘보완재’에 가깝다. 경기에 민감하고 수출 중심인 자동차 사업을 경기에 덜 민감하고 내수 중심인 금융이 보완하는 구조를 원했다. 자동차 사업에 긴요한 캐피탈 외에 ‘카드-증권-보험’ 등 금융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인 이유다. 여기에 더해 ‘왕자의 난’을 겪은 정몽구 회장으로선 그룹의 적장자로서 정통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했다. 자동차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계열사에 포함된 배경이다.

하지만 3세 경영인 정의선은 2020년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 사업에 더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을 바라보는 관점도 포트폴리오 구축보다는 본업을 더 공고히 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이는 그룹 직속이 된 현대캐피탈의 변화를 통해 읽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약 180개국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는 동안 현대캐피탈의 해외 진출(금융법인)은 2019년까지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독일, 브라질 등 6개국에 그쳤다. 놀랍게도 주요 시장인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호주 등지에 거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지역들은 일본 자동차들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후발 주자인 현대자동차가 따라잡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21년 9월 그룹 직할경영체제로 전환된 후 현대캐피탈은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전방위 확장에 나선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현재 14개국 18개 법인으로 확대됐다. 총채권에서 자동차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74.2%에서 지난해 말 81.2%로 불과 2년 만에 7%포인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627억원에서 4379억원으로 20.7% 증가했다. 정태영 부회장 아래 ‘금융 3사’의 일원일 때보다 양과 질, 속도 모든 측면에서 가파른 상승세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영업 전략에 발 빠르게 호응하며 ‘전속 금융사’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빠르게 재정립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선 시대' 금융전략은

2010년대 들어 전 산업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의 조류 속에서 2019년 현대차그룹은 ‘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를 미래 전략(비전 2025)으로 제시했다. 이는 강남 부동산 매입에 10조원을 베팅한 정몽구 회장의 경영 감각에서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를 대신해 당시 실질적으로 경영을 책임졌던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 내연기관의 퇴화라는 위기 상황에서 Car(자동차)나 Vehicle(운송수단)이 아닌 Mobility(이동)를 비전으로 제시한 것에서 ‘업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내연기관은 사라져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동’은 영원하며, 그 이동의 핵심 프로바이더가 되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모빌리티도 단순한 모빌리티가 아니다. 스마트 모빌리티다. 현 시점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대명사는 자율주행으로 볼 수 있다. 자율주행은 디지털, 센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결합돼야 구현이 가능하다. ‘스마트 모빌리티’가 그룹의 비전이 되는 순간, 4차 산업혁명의 모든 핵심 기술들이 중점 공략 대상이 됐다. 현대가(現代家)의 DNA인 ‘두려움 없는 도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일견 관련성이 부족해 보이는 로보틱스 회사(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납득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올바른 비전은 올바른 행동을 이끈다. 전기차,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소프트웨어, 항공 모빌리티 등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진행된 많은 투자에서 비전과 무관한 대형 투자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는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을 사들이고 강남 부동산에 투자한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다. 그룹 안팎에서 금융 부문 전략과 관련, 비전과 맥락을 벗어난 투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정의선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한눈팔지 않고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 왔다”며 “때가 되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도 현대해상처럼 혈족과 협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은 ‘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다. 다양한 Mobility 솔루션들(자료=현대차 홈페이지)


한국 경제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재벌’이라는 독특한 집단을 낳았다. 거친 풍파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재벌이지만 ‘부의 대물림’ 시기만큼은 이들도 예외다. 그들이 갈라서고 쪼개질 때 나라 경제가 휘청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재벌가 금융 계열사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왔다. 기업의 흥망성쇠에 결정타가 된 적도 여러 번이다. 자본과 금융시장 역할이 갈수록 긴요해지는 요즘, 재벌가의 숨은 조력자 혹은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던 금융 계열사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한민국 대표 재벌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금융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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