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재벌’이라는 독특한 집단을 낳았다. 거친 풍파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재벌이지만 ‘부의 대물림’ 시기만큼은 이들도 예외다. 그들이 갈라서고 쪼개질 때 나라 경제가 휘청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재벌가 금융 계열사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왔다. 기업의 흥망성쇠에 결정타가 된 적도 여러 번이다. 자본과 금융시장 역할이 갈수록 긴요해지는 요즘, 재벌가의 숨은 조력자 혹은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던 금융 계열사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한민국 대표 재벌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금융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자료=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여 년 동안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범(凡) 현대가(現代家)의 적장자(嫡長子) 지위를 대내·외 공고히 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세 경영인 정몽구는 이른바 ‘왕자의 난’ 이후 온갖 난관을 뚫고 결국 해냈다. 이제는 이를 잘 유지·발전시키는 일만 남았다. 허나 그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들 정의선으로의 승계조차 아직 미완이다. 창업주라면 경제·경영 논리로 명쾌하게 풀 수 있는 문제도 2~3세 경영인에게는 고차 방정식으로 다가오기 일쑤다. 잘한 결정이든, 잘못한 결정이든 선대(先代)의 결정을 디폴트값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바둑판을 한꺼번에 십 수개 물려받은 상황이랄까. 마음이야 범인들처럼 한 개의 새 바둑판만 감당하고 싶겠지만 이는 허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명이요, 왕관의 무게다. 십 수개의 바둑판 중에는 유리한 것도 있지만 불리한 것도 여러 개다. 이기려면 물려받은 선대의 모든 수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이겼다 한들 항상 ‘나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시작한 바둑판이 아니어서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의 오묘한 지분 구조 단적인 예로 현대카드를 보자. ‘현대카드는 누구의 것입니까’라는 단순한 질문도 현대가 3세들은 답하기 쉽지 않다. 선대의 결정들이 얽히고 섥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 36.96%, 기아 6.48%, 현대커머셜 34.62% 등 78.0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대카드를 들으면 ‘정태영’을 떠올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로서 20년 넘게 현대카드를 이끌어 온 실질적인 지배자여서다. 그는 현대카드 지분은 없지만 주요주주인 현대커머셜의 지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왕자의 난’ 시절부터 정몽구 명예회장의 금융업 관심은 남달랐다. 아버지인 정주영 회장의 결정으로 동생인 정몽헌과 현대그룹 공동회장직을 수행하던 시절, 현대증권을 차지하기 위해 기습적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정몽헌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로 전격 전보시킨 것. 동생이 물려받을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증권 가운데 증권만큼은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그룹으로 계열 분리된 뒤에도 정몽구 회장의 ‘자동차+금융’이라는 기본 경영 방향은 확고했다. 대우그룹 해체로 다이너스 카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2001년 앞뒤 가리지 않고 인수에 나선다. 현대카드의 탄생이다. 현대캐피탈에 이어 금융 계열사가 한 곳 더 늘어났다. 하지만 인수 당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누적 영업적자는 6000억원이 넘었다. 정몽구 회장은 2003년 기아차 부사장이던 둘째 사위 정태영을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대카드M’ 출시를 계기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냈다. 부실덩어리 카드 회사를 단숨에 매력적인 회사로 변모시켰다. 공로를 인정받아 정태영 부사장은 그 해 10월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의 금융 부문을 사위에게 전격적으로 맡겼다. 10살의 나이 차가 있긴 했지만 당시 아들 정의선보다 사위 정태영의 사장 승진이 빨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후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의 대표를 맡아 현대차그룹의 금융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한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캐피탈의 기업금융 부문을 분사시켜 만든 회사다. 2015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배력을 더 공고히 했다. ■정태영의 현대커머셜 지분이 12.5%에 그친 이유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추가 몸집 불리기는 허용되지 않았다. 증권업 진출에 열의를 보여 온 정몽구 회장은 2008년 신흥증권(현 현대차증권)을 인수해 소원을 이뤘다. 하지만 인수 자금을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 등 자동차 계열사들이 댔다. 금융사였지만 금융계열사의 돈은 들어가지 않았다. 증권사에 대해선 사위와 철저히 분리시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차그룹의 신흥증권 인수설이 나돌았을 때 많은 이들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형제들과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른 정몽구 회장이 사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보수적인 현대그룹 가풍(家風)에서 딸들이 핵심 계열사를 경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백년손님’ 사위의 경우 더 말할 것도 없다. 경영은 몰라도 지분까지 넘겼다가 이혼이라도 하는 날에는 수습 불가 대혼돈에 빠질 수 있다. 현대카드를 지배하는 현대커머셜의 지분 구성이 현대차(아들) 37.5%, 정명이(딸) 25%, 정태영(사위) 12.5%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유능한 경영자는 본능적으로 사세 확장을 꿈꾸지만 정태영 부회장은 2021년 현대캐피탈 경영권을 오히려 내놔야 했다. 18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아왔음에도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일방적 결정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따르지 않으면 카드와 커머셜의 지배권마저 위태로운 을의 처지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카드·캐피탈·커머셜 3사의 계열분리를 점쳤지만 정의선 회장의 결정은 캐피탈을 가져와 그룹 직속으로 두는 것이었다. 이제 정태영 부회장에게 남은 회사는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두 회사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면 현대커머셜의 개인 지분을 늘리고,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일단 처남인 정의선 회장도 누나와 매형의 지배권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2022년 기아는 보유 중이던 현대카드 지분 5.0%를 663억원의 손실을 보고 현대커머셜에 넘겼다. 이로써 기아의 현대카드 지분은 11.48%에서 6.48%로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그룹이 현대캐피탈을 가져가는 대신 정태영·정명이 부부를 챙겨준 것으로 해석했다. 그럼에도 현대커머셜은 여전히 현대카드의 2대 주주 위치다. 현대커머셜의 최대주주도 현대차이기 때문에 쿠데타(?)는 언감생심이다. 정태영 부회장 입장에서는 ‘20년 몸 바쳐 일했는데 내 소유의 회사 하나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할 만하다. 하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그랬다간 그나마 가진 것도 모두 잃을 수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위가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지분구조는 보면 볼수록 오묘하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그룹 경영에 얼마나 냉철하게 임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역사에 남을 처절한 비극인 ‘왕자의 난’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재연을 막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현대카드’라는 바둑판 앞에서 정의선 회장은 다음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그래서, 현대카드는 누구의 것입니까?” 현대카드(왼쪽)와 현대커머셜의 주주현황.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그룹이지만 회사 경영은 현대커머셜 지분을 통해 정태영·정명이 부부가 맡아왔다. 현대커머셜 특수관계인 지분 37.5% 중 정명이 사내이사의 지분은 25.0%, 정태영 대표이사의 지분은 12.5%다.(자료=각사 홈페이지)

[현대차와 금융①] 그래서, 현대카드는 누구 것입니까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5.20 13:00 | 최종 수정 2024.05.21 10:36 의견 0

한국 경제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재벌’이라는 독특한 집단을 낳았다. 거친 풍파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재벌이지만 ‘부의 대물림’ 시기만큼은 이들도 예외다. 그들이 갈라서고 쪼개질 때 나라 경제가 휘청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재벌가 금융 계열사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왔다. 기업의 흥망성쇠에 결정타가 된 적도 여러 번이다. 자본과 금융시장 역할이 갈수록 긴요해지는 요즘, 재벌가의 숨은 조력자 혹은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던 금융 계열사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한민국 대표 재벌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금융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자료=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여 년 동안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범(凡) 현대가(現代家)의 적장자(嫡長子) 지위를 대내·외 공고히 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세 경영인 정몽구는 이른바 ‘왕자의 난’ 이후 온갖 난관을 뚫고 결국 해냈다.

이제는 이를 잘 유지·발전시키는 일만 남았다. 허나 그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들 정의선으로의 승계조차 아직 미완이다. 창업주라면 경제·경영 논리로 명쾌하게 풀 수 있는 문제도 2~3세 경영인에게는 고차 방정식으로 다가오기 일쑤다. 잘한 결정이든, 잘못한 결정이든 선대(先代)의 결정을 디폴트값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바둑판을 한꺼번에 십 수개 물려받은 상황이랄까.

마음이야 범인들처럼 한 개의 새 바둑판만 감당하고 싶겠지만 이는 허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명이요, 왕관의 무게다. 십 수개의 바둑판 중에는 유리한 것도 있지만 불리한 것도 여러 개다. 이기려면 물려받은 선대의 모든 수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이겼다 한들 항상 ‘나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시작한 바둑판이 아니어서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의 오묘한 지분 구조

단적인 예로 현대카드를 보자. ‘현대카드는 누구의 것입니까’라는 단순한 질문도 현대가 3세들은 답하기 쉽지 않다. 선대의 결정들이 얽히고 섥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 36.96%, 기아 6.48%, 현대커머셜 34.62% 등 78.0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대카드를 들으면 ‘정태영’을 떠올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로서 20년 넘게 현대카드를 이끌어 온 실질적인 지배자여서다. 그는 현대카드 지분은 없지만 주요주주인 현대커머셜의 지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왕자의 난’ 시절부터 정몽구 명예회장의 금융업 관심은 남달랐다. 아버지인 정주영 회장의 결정으로 동생인 정몽헌과 현대그룹 공동회장직을 수행하던 시절, 현대증권을 차지하기 위해 기습적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정몽헌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고려산업개발로 전격 전보시킨 것. 동생이 물려받을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증권 가운데 증권만큼은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그룹으로 계열 분리된 뒤에도 정몽구 회장의 ‘자동차+금융’이라는 기본 경영 방향은 확고했다. 대우그룹 해체로 다이너스 카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2001년 앞뒤 가리지 않고 인수에 나선다. 현대카드의 탄생이다. 현대캐피탈에 이어 금융 계열사가 한 곳 더 늘어났다. 하지만 인수 당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누적 영업적자는 6000억원이 넘었다. 정몽구 회장은 2003년 기아차 부사장이던 둘째 사위 정태영을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대카드M’ 출시를 계기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냈다. 부실덩어리 카드 회사를 단숨에 매력적인 회사로 변모시켰다. 공로를 인정받아 정태영 부사장은 그 해 10월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의 금융 부문을 사위에게 전격적으로 맡겼다. 10살의 나이 차가 있긴 했지만 당시 아들 정의선보다 사위 정태영의 사장 승진이 빨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후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의 대표를 맡아 현대차그룹의 금융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한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캐피탈의 기업금융 부문을 분사시켜 만든 회사다. 2015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배력을 더 공고히 했다.

■정태영의 현대커머셜 지분이 12.5%에 그친 이유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추가 몸집 불리기는 허용되지 않았다. 증권업 진출에 열의를 보여 온 정몽구 회장은 2008년 신흥증권(현 현대차증권)을 인수해 소원을 이뤘다. 하지만 인수 자금을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 등 자동차 계열사들이 댔다. 금융사였지만 금융계열사의 돈은 들어가지 않았다. 증권사에 대해선 사위와 철저히 분리시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차그룹의 신흥증권 인수설이 나돌았을 때 많은 이들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형제들과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른 정몽구 회장이 사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보수적인 현대그룹 가풍(家風)에서 딸들이 핵심 계열사를 경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백년손님’ 사위의 경우 더 말할 것도 없다. 경영은 몰라도 지분까지 넘겼다가 이혼이라도 하는 날에는 수습 불가 대혼돈에 빠질 수 있다. 현대카드를 지배하는 현대커머셜의 지분 구성이 현대차(아들) 37.5%, 정명이(딸) 25%, 정태영(사위) 12.5%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유능한 경영자는 본능적으로 사세 확장을 꿈꾸지만 정태영 부회장은 2021년 현대캐피탈 경영권을 오히려 내놔야 했다. 18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아왔음에도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일방적 결정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따르지 않으면 카드와 커머셜의 지배권마저 위태로운 을의 처지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카드·캐피탈·커머셜 3사의 계열분리를 점쳤지만 정의선 회장의 결정은 캐피탈을 가져와 그룹 직속으로 두는 것이었다.

이제 정태영 부회장에게 남은 회사는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두 회사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면 현대커머셜의 개인 지분을 늘리고,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일단 처남인 정의선 회장도 누나와 매형의 지배권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2022년 기아는 보유 중이던 현대카드 지분 5.0%를 663억원의 손실을 보고 현대커머셜에 넘겼다. 이로써 기아의 현대카드 지분은 11.48%에서 6.48%로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그룹이 현대캐피탈을 가져가는 대신 정태영·정명이 부부를 챙겨준 것으로 해석했다.

그럼에도 현대커머셜은 여전히 현대카드의 2대 주주 위치다. 현대커머셜의 최대주주도 현대차이기 때문에 쿠데타(?)는 언감생심이다. 정태영 부회장 입장에서는 ‘20년 몸 바쳐 일했는데 내 소유의 회사 하나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할 만하다. 하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그랬다간 그나마 가진 것도 모두 잃을 수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위가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지분구조는 보면 볼수록 오묘하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그룹 경영에 얼마나 냉철하게 임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역사에 남을 처절한 비극인 ‘왕자의 난’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재연을 막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현대카드’라는 바둑판 앞에서 정의선 회장은 다음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그래서, 현대카드는 누구의 것입니까?”

현대카드(왼쪽)와 현대커머셜의 주주현황.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그룹이지만 회사 경영은 현대커머셜 지분을 통해 정태영·정명이 부부가 맡아왔다. 현대커머셜 특수관계인 지분 37.5% 중 정명이 사내이사의 지분은 25.0%, 정태영 대표이사의 지분은 12.5%다.(자료=각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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