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스팀 '바나나' 공식 페이지 갈무리)
최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바나나'라는 단순한 이름의 게임이 화제다. 클릭하기만 해도 가상의 아이템 바나나를 얻을 수 있는데, 희귀 등급의 바나나를 '스팀 장터'에 팔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스팀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출시된 '바나나' 게임이 동시접속자 25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바나나'가 제친 게임은 '에이펙스 레전드', '엘든 링', 'GTA5'와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쟁쟁한 유명 작품들이다.
이 게임은 정말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임에 접속해 1분 동안 클릭하면 3시간 뒤에 바나나가 1개 주어진다. 이후 18시간 뒤에는 랜덤으로 상위 등급의 바나나를 얻을 수 있으며, 그게 전부다. 다른 어떤 상호작용도 없고, 파티 플레이 같은 호화로운 기능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전 세계에서 25만 명의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접속하고 있다. 스팀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기능 '스팀 장터'에 해답이 있다. '스팀 장터'에서 바나나를 팔아 플랫폼 내에서 현금처럼 통용되는 '스팀 머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나나를 구매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수집 용도로 획득하는 것이고, 구매 1주일 뒤 되 팔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는 게 전부다.
190만원에 판매된 '스페셜 골든 바나나'. (사진='바나나' 게임 스팀 장터 갈무리)
하지만 실제로 게임에서 가장 희귀한 아이템 '스페셜 골든 바나나'는 1378달러(약 190만원)에 판매됐다. 지난달 5월 25일 첫 '스페셜 골든 바나나'가 등장했을 때 12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자는 15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같은 일확천금 사례가 알려지며 게임엔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용자들이 대거 몰렸다. 12일 기준 '스팀 장터'의 '바나나' 카테고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바나나가 적게는 몇 백원에서 수십 만원 수준까지 활발히 거래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돈이 몰리는 곳에는 편법을 사용하려는 이들도 나타난다. 가짜 계정으로 접속해 인위적으로 '바나나'를 파밍하려는 '봇(Bot)'이 대표적이다. 최근 개발진은 '바나나' 게임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 봇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동시 접속자 중 3분의 1만이 실제 플레이어로 추측되고 있으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밸브 지원팀에 문의를 넣어 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바나나'게임이 일종의 사기, 암호화폐나 NFT와 연루된 범죄의 일부일수도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개발진은 해외 게임매체 폴리곤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우려를 일축했다. 그들은 "이 게임은 고작 4명의 개발자가 제작했다"며 "그냥 바나나를 가지고 노는 우스운 게임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들도 이 게임이 온라인에서 일종의 밈이 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어 개발진은 게임에 추가 바나나 아이템, 미니게임, 교환 기능에 더해 이용자가 직접 바나나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 밝혔다. 이 게임의 폭풍 같은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