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수영 더 퍼스트(광안3재개발정비사업) 투시도. 삼성물산
부산광역시 건설경기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재개발, 분양 사업이 6월들어 괄목할만한 진척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 악재 속에서도 대형 건설사 위주로 분양과 정비사업 등 주택사업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부도 처리되고 주택경기가 여전히 어둡게 나오는 등 시장 내 악재들은 잠재돼 있는 형국이다.
우선 삼성물산이 지방에서 첫 정비사업 수주를 따냈다. 부산 수영구 광안3재개발조합은 지난 22일 개최한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광안3재개발정비사업(이하 광안3재개발)은 부산 수영구 광안동 539-1번지 일대에 지하4층~지상35층 아파트 7개동, 1085세대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5112억원 규모다.
김명석 삼성물산 부사장은 "삼성물산은 수영구 최초의 래미안이자 수영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주거단지를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광안3재개발의 새로운 콘셉트로 '래미안 수영 더 퍼스트(THE FIRST)'를 제안했다"라면서 "'수영구 최초의 래미안'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주거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명품 아파트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형건설사들은 6월 이후에도 분양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에서도 전체 물량의 절반인 1만여 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부동산정보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여름(6~8월) 전국 분양시장에서 10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총 2만1888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며, 이 중 지방에서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1만94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1일 부산시 동구 범일동 일원에 '블랑 써밋 74'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 분양에 돌입했다. 이 단지는 아파트 3동과 오피스텔 1동으로 구성되는데 지하 5층~지상 최고 69층, 3개동, 전용면적 94~247㎡ 아파트 998세대를 이번에 분양하고, 84~118㎡ 오피스텔 1개동 276실은 추후 분양 예정이다. 지난주 말 개관한 블랑 써밋 74 견본주택에는 첫 주말 3일 동안 약 1만여 명의 내방객이 방문하는 등 지역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하기도 했다.
블랑 써밋 74는 만 19세 이상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거주자는 지역별·면적별 예치금액이 충족되면 1순위 청약이 가능하며, 주택소유와 상관없이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블랑 써밋 74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100만원이며, 오는 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일 1순위, 3일 2순위 청약 순으로 접수를 받는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 사상구 엄궁3구역 재개발을 통해 '더샵 리오몬트'를 이달 분양한다. 사상구에서는 처음으로 공급되는 더샵 브랜드 아파트로, 지상 최고 29층, 11개동, 총 1305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59·72·84㎡, 866가구다. 도보 5분거리에 사상~하단선 엄궁역(2026년 예정)이 개통을 앞두고 있고, 주변에는 '서부산 행정복합타운(2027년 예정)' 등 다양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이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일원에 건축할 '양정 롯데캐슬 프론티엘'은 지난 11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9대 1의 경쟁률로 올해 부산 분양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전용 59㎡A 생애최초 특별공급에는 19가구 모집에 184건이나 접수돼 9.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양정 롯데캐슬 프론티엘은 부산지하철 1호선 양정역 초역세권 단지로, 2·3·4 호선 및 동해선 등으로 갈아타기 쉽다.
SK에코플랜트는 부산 수영구 광안2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드파인 광안'을 준비 중이다. 지하 2층~지상 31층, 10개동, 1233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SK에코플랜트의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인 '드파인(DEFINE)'이 적용된다.
하지만, 부산 지역 주택경기는 수도권의 해빙 분위기와 달리 여전히 냉각기를 지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부산 지역 6월 주택사업 경기전망지수는 직전월 80.7에서 이달 76.9로 3.8포인트(p) 하락했다. 서울이 이달들어 전월 대비 6.9p 상승하면서 100을 회복한 것과 대비된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그 반대라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한편, 부산은 이달 초 시공능력 평가액 700억원 이상 중견건설사인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 부도처리된 바 있다. 이달들어 신규 사업발주도 60% 이상 급감하면서 지역 내 주택사업자들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기준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4월 미분양 주택은 전달(3222가구)보다 41.7% 급증한 4566가구로 집계돼 지역 전반적으로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지민 월용 청약연구소 대표는 "부산 지역의 경우, 수도권과 다르게 주택지표가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6월 이후 부산 지역 분양은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일부 부산 지역 분양가가 국평(84㎡) 기준으로 9억원이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분양가를 소화할만한 지역은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 정도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밖에 부산시 사하구나 강서구에서는 6억 이상의 분양이 나오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9억원 이상의 높아진 분양가를 감당할만한 지역이 서울 외 지역에서는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감안할 때 부산의 분양시장은 하반기에 더 악화될 수도 있다"라면서 "다만, 부산 주택경기의 경우 수도권 지표의 흐름이 지방으로 전이될 수 있는데 부산의 경우 광역시 지역인만큼 올 하반기 강보합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