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샵 리오몬트 투시도. 포스코이앤씨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분양시장에서도 시장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의 입지와 환금성, 인프라 등의 강점들이 경기침체,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 부동산시장 겹악재 속에서도 수요자들의 실수요를 빨아들일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에서의 대단지 수요는 서울과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목격되고 있어, 입지와 대단지만 갖췄다면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는 부동산시장의 투자 대명제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1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6월들어 총 5만가구에 육박하는 분양 물량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분양이 1만6000여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일반분양가가 3.3㎡당 6737만원으로 결정되는 등 분양가 상승 압박이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분양시장의 양극화와 쏠림 현상은 입지와 분양가 등에 따라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가운데 수요자들이 청약 통장을 던지는 중요 이유 중 하나는 분양 단지의 대단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올해 분양시장에서도 청약자들의 발길이 대거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전주에 공급된 총 1914가구 규모의 '서신 더샵비발디'는 평균 55.59대 1의 경쟁률로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또 아산 탕정에서는 1월과 5월 연달아 공급된 '더샵 탕정 인피니티시티' 1차와 2차가 각각 1140가구, 1214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1차 평균 52.58대 1, 2차 3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로 마감했다.
6월 분양시장에서도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분양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분양시장에는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 총 14곳, 1만6752가구(1순위 청약 완료 단지 제외)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수도권에 전체 77%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물량이 집중된 가운데, 지방에서는 올해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분양을 앞둔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한양 등이다.
대거 물량이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대우건설이 성북구 장위 6구역 재개발을 통해 총 1637가구(일반분양 718가구)의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를 선보이며, 현대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은 마포구 공덕1구역 재건축을 통해 총 1101가구(일반분양 456가구)의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경기권에서는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성남 산성구역재개발을 통해 '산성역 헤리스톤'을 공급한다. 총 3487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일반분양 물량이 무려 1224가구에 달한다. 또한 대우건설은 용인 은화삼지구(처인구 남동)에 총 1681가구의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방의 경우, 대우건설은 아산탕정테크노밸리에서 '탕정 푸르지오 센터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총 1416가구의 대단지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 사상구 엄궁3구역 재개발을 통해 '더샵 리오몬트'를 이달 분양한다. 사상구에서는 처음으로 공급되는 더샵 브랜드 아파트로, 지상 최고 29층, 11개동, 총 1305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59·72·84㎡, 866가구다.
대우건설은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블랑 써밋 74'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상 최고 69층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로, 아파트 전용면적 94~247㎡ 998가구와 오피스텔 276실이 함께 구성된다.
한양은 김포시 북변재개발구역에서 북변4구역 재개발을 통해 짓는 '김포 북변4구역 한양수자인'(가칭)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35층, 총 3058세대 규모로 지어진다. 분양 시기는 올 하반기로 아직 미정이다.
현대건설은 7월 이천시 중리신도시현대지역주택조합, 중리신도시현대지역주택조합2 사업인 '힐스테이트 이천역'을 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9층, 15개동, 전용 60~136㎡, 총 1822가구 규모로 이 중 31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한편,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상위 10개 단지 중 9개 단지는 1500세대 이상의 초대형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거래량 상위 10개 단지 중 9개 단지는 1500세대 이상이었다. 특히 수도권 내 거래량 상위 10개 단지의 평균 세대수는 4340세대에 달했는데 헬리오시티, 고덕그라시움, 산성역프로스티아 등의 순위였다.
총 9510세대인 헬리오시티의 경우 올해 들어 총 139건이 거래됐는데 면적별로는 전용 84㎡가 89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은풍림(안성)은 총 2615세대로 전용 39~59㎡의 소형 면적대로 구성됐는데 올해 99건이 거래됐다. 주은풍림의 경우, 거래량이 많았던 주요 원인이 대부분의 세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에 해당돼 외부 투자 수요 유입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직방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산성역포레스티아, 고덕그라시움 등 거래량 상위권에 랭크된 초대형 단지들의 경우 매년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주요 단지들이다"라면서 "이 가운데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주은풍림이 랭크된 것은 고금리 가운데 적은 부담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소형단지도 입지와 분양가가 경쟁력이 있으면 거래가 잘되긴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보통 소형단지 보다 환금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라면서 "예를들면 1000세대 이상 단지의 경우 10%가 거래가 되면 100세대 거래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형아파트와 똑같은 비율로 거래가 되더라도 환금성에서 큰 차이가 있고, 제대로 된 시장가격을 파악하기 쉬운 강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단지가 크면 클수록 공용부분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고 같은 가격대라도 아파트 기본 인프라가 더 잘 확충돼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환금성 등을 고려할 때 가격이 소형단지 보다는 먼저 올라가는 선행 패턴을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