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모빌리티쇼 2024'에서 전시된 기아 EV3 (사진=손기호 기자)
기아가 이달 EV3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사전계약이 3주만에 1만대를 넘어서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3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과 1회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점 등이 소비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돌파할 히든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V6 등 라인업의 전기차들이나 니로EV, 코나 일렉트릭 등 그룹 내 소형SUV 차급의 판매량을 뺏어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EV3, 사전계약 3주만에 1만대 넘어…송호성 “500km 주행 매력, 대중화 선도”
16일 기아에 따르면 이달 EV3가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사전계약은 3주만에 1만대를 넘어섰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짓눌려있는 사이 이를 돌파할 전략 전기차로 기아는 EV를 내세운다는 구상이다.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차를 EV6와 EV9 등 중형에서 대형까지 선보였다. 이어 소형인 EV3까지 이어져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특히 소형SUV라는 점에서 가격은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할 전망이어서 전기차 대중화를 이룰 전기차로 기아는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5월21일 EV3 공개 행사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차”라고 강조하며, “1회 충전 시 501km를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V3의 장점은 소형 전기SUV임에도 저가형 배터리인 LFP(리튬·철·인산)가 아닌 중고급 전기차에서 주로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의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것. 1회 충전으로 500km가 넘은 거리를 주행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배터리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인 ‘HLI그린파워’가 생산한 것으로 국내와 유럽 시장 판매 EV3에 적용될 전망이다. HLI그린파워 공장은 올해 2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배터리 출력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NCM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 배터리 셀이 생산된다.
지난해 9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곳을 방문해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NCMA 배터리 셀을 고성능이나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국내와 유럽에 판매되는 EV3에는 NCMA를 탑재하고, 중국 판매 모델에는 중국 CATL이 만든 NCM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니로·코나 EV 등 판매량 뺏길라' 우려…"차급 달라 겹치지 않을듯"
문제는 EV3의 흥행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그룹 내 다른 전기차들의 판매량을 뺏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대차·기아 모델들. 이 때문에 전기차 판매량을 늘린다는 전략으로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를 내놨지만,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현대차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410km의 신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사진=현대차)
업계에서는 기아 니로EV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을 비롯해 주력 전기차 모델인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5 등의 판매량까지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가뜩이나 기존 전기차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한 신형 전기차에 눈길이 간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판매실적을 보면, 니로EV는 올 1~6월 누적 판매량이 952대로 지난해 대비 80.4% 감소했다. EV6도 같은 기간 누적 5305대로 지난해보다 51.5% 줄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25% 줄어든 7128대를 올 상반기에 판매했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도 같은 기간 1121대로 지난해보다 54% 늘었지만, 6월 판매 실적은 전월 대비 2.8% 감소하고, 전년대비 63% 줄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에서도 차급이 나뉘듯이 말 그대로 고급형과 보급형 전기차로 구분되기 때문에 기존 모델들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V3는 보급형 전기차로서 다른 기존 모델들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기차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EV3가 광명 공장에서 양산을 본격 시작하면 하반기 전체 판매 실적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국내외 누적 판매량이 155만4032대로 지난해 대비 1.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