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통신위원회)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또 다시 업무공백 상태에 놓였다. 이에 규제 공백을 틈타 휴대폰 성지(저렴하게 휴대폰을 판매하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에서 불법보조금이 활개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재적 의원 188명 중 찬성 186표, 반대 1표, 무효표 1표로 가결됐다.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거쳐 탄핵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관련 직무가 정지된다. 헌재의 탄핵 결정까지 최소 4~6달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는 위원 2인 이상이다. 직무대행 1인 체제로는 의결이 필요한 주요 안건들의 처리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방통위가 '식물' 상태에 놓인 셈이다.
방통위에는 ▲구글 인앱결제 과징금 부과 ▲네이버 알고리즘 실태조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요금 인상 ▲통신사 판매장려금 담합 문제 등 방송·통신·플랫폼과 관련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번 탄핵으로 해당 현안들의 처리는 미뤄지게 됐다. 현재 방통위는 기본적인 행정 업무만 수행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방통위가 맡은 휴대폰 불법보조금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마비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단통법 폐지'를 핵심 목표로 내세웠음에도, 격화된 정쟁으로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는 중이다.
이에 당분간 통신 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전망으로, 이를 틈타 성지에서는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네이버 카페·밴드 성지 가격표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Z 플립·폴드6의 불법보조금은 약 70만원(공시지원금 구매 기준)에 달한다.
통신 3사의 갤럭시 Z6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최대 24만5000원으로, 전작 갤럭시 Z5 시리즈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가 통신비 부담 완화정책으로 선보인 통신사 변경 번호이동 고객을 위한 '전환지원금'도 책정되지 않았다. 통신 3사의 '짠물지원금'에 이용자들이 더더욱 성지로 몰리는 상황이다.
동시에 일부 성지에서의 사기 행위도 우려된다. 성지 매장들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선택약정 할인, 신용카드 제휴 할인 등을 유통점 할인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통해 판촉에 나서고 있다. 또 성지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면 최소 3개월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 의무는 물론 각종 부가서비스 가입도 강제된다. 이용자들은 어디서 휴대폰을 구매하든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오는 9월에는 애플의 아이폰16 출시가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아이폰 15가 국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애플이 한국을 아이폰 1차 출시국에 넣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다음달 아이폰16가 한국에 나오면 불법보조금이 한층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