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고 있다. 2024.11.28(자료=연합뉴스)
지난 14일 국회서 가결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금융권에도 상당한 변수를 만들고 있다.
우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3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선 불요불급 인사는 ‘올스톱’된다. ‘안정’이 국무의 최우선 고려 사항이므로 유고 상황이 아니고선 굳이 기관장 인사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
탄핵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 적극적으로 변론할 가능성이 크다. 빠른 선고는 야당에 유리하므로 ‘재판 지연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농후하다.
다만, 헌법재판소 재판관 2인(문형배·이미선)의 퇴임이 내년 4월 18일로 예정돼 있어 헌재로선 그 전에 결론을 내야 할 유인이 큰 상황. 1차 탄핵 때와 달리 탄핵 사유도 ‘내란죄’로 간결화돼 다툴 거리가 많지 않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헌재 선고는 내년 4월 전후로 내려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 원장은 2022년 6월 7일에 취임했으므로 헌재 결정이 파면이든, 복귀든 내년 5월까지 임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탄핵 여파는 현재 금융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우리금융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 금감원은 당초 이달 중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11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여파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현 회장, 행장 재임 중에도 (손 전 회장과) 유사한 형태의 대출이 검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우리금융에 대해 제재 불가피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금융에 대한 징계 수위는 단순히 현 경영진의 진퇴 문제뿐만 아니라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당국으로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으면 우리금융은 M&A 계약금 1500억원을 그냥 허공에 날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사 대비 열위한 재무 상태가 당국 때문에 1500억원 더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 이는 M&A 무산에 따른 미래 성장 잠재력 훼손은 물론이고, 배당 여력 악화에 따른 ‘밸류업’ 낙오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 과거 론스타 사건, 삼성 특검 등에서 원칙을 지킨 강골 검사였지만 탄핵이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선 본인 뜻대로 결론을 몰고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덕수, 최상목, 김병환 등 갑자기 국정을 책임지게 된 기재부 트리오가 시장이 시끄러워지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밸류업 등 정부가 공들여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책이 윤 대통령의 난데없는 계엄 선포로 물거품이 된 마당에 외국기업과의 M&A 계약이 당국의 석연치 않은 규제로 무산되는 상황을 비상 내각이 과연 달가워하겠느냐는 시각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은 NH농협금융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농협금융은 탄핵 표결 하루 전인 지난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석준 지주 회장과 이석용 은행장의 교체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회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입김으로 이석준 회장이 농협금융에 둥지를 틀었는데 (대통령 탄핵에 따라) 이제는 시효가 다한 것 아니냐”며 “연임은 물건너 갔고 새로운 이를 임명해야 하는데 관료 출신일지 내부 인사일지, 영남 인사일지 호남 인사일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