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중단된 건물. (사진=연합뉴스)
건설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문을 닫는 건설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내년에도 건설사의 형편이 나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건설사의 먹거리가 줄고 건설투자 감소,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18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11월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총 27개사다.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말소된 업체는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부도가 난 건설사는 13개사에 불과했으나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올해 부도가 난 건설사 수는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많다. 2019년에 49개의 건설사가 부도가 난 이후 이듬해에는 24개사로 줄었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2개사, 14개사가 부도를 신고했으나 건설경기 불황이 본격화한 2023년에는 21개사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특히 지방에 위치한 건설사들의 타격이 극심했다. 부도 업체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부산(6개사)이었으며 이어서는 전남(4개사)과 경남(3개사) 순이다. 서울에서 부도가 발생한 건설사는 단 한 곳이었다.
폐업하는 건설사 수도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418개사)를 넘어섰다. 올해 11월까지 스스로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는 446개사다. 전년 동월(366개사) 대비로는 21.9% 증가한 수준이다.
내년에도 건설사의 사정을 낙관하기 어렵다. 내년 정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올해보다 3.6% 감소한 25조5000억원이다. 중소 건설사의 먹거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대형건설사는 양질의 사업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안정적인 먹거리로 꼽히는 서울 지역 내에 정비사업을 놓고 출혈 경쟁도 고려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서울 외에 수도권까지, 해당 지역 내 정비사업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다만 이런 전략은 타 건설사도 마찬가지라 한정적인 먹거리를 놓고 다툼이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에 흘러들 자본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도 건설투자액이 전년 대비 2.1% 줄어든 295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도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하는 등 크게 위축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도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건설투자의 회복이 절실하나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는 정치적 안정성을 높여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필요한 재원 투입을 늘리는 가운데, 필요할 경우 건설 부문을 통한 부양 효과를 높일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제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