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의 2024년 3분기 잠정집계 기준 영업익. (자료=각 사, 그래픽=정지수)
원자잿값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수익성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이 가운데 DL이앤씨와 GS건설이 원가율 안정화를 통해 실적 반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실적 잠정집계를 마친 주요 상장 건설사 다섯 곳(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한 건설사는 GS건설과 DL이앤씨다.
GS건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1092억원, 영업이익 81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1%, 3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은 939.5% 급증한 1208억원을 기록했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2.6%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1.9%)과 비교했을 때 약 0.5%포인트(p) 개선된 수치다. 원가율이 안정화되면서 전체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총이익률(GPM)도 8.3%로 1.0%p 높아졌다.
특히 매출 비중이 높은 건축·주택 중심의 국내 매출 원가율의 호전이 뚜렷했다. 건축주택 GPM은 2.3%p 개선된 7.3%를 기록했다. 국내 사업 GPM은 1.7%p 오른 7.8%를 기록하면서 해외 사업 GPM의 하락(11.7%→9.8%)을 상쇄했다.
신한투자증권 김선미 연구위원은 "지난해 이후 GS건설이 착공한 정상 사업장 수익성은 12~15% 수준으로 추정한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의미있는 수익성 개선이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DL이앤씨도 외형 성장과 함께 영업이익이 반등했다. DL이앤씨의 매출은 1조9189억원, 영업이익 8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4%, 3.7% 늘었다.
DL이앤씨의 실적 호조는 원가율 개선 덕분이다. DL이앤씨의 3분기 매출총이익률(GPM)은 10.9%로 전년 동기(9.6%) 대비 1.3%p 높았다.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대비 1.3%p 개선된 89.1%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동기 대비 31.5% 늘어난 판관비(1266억원) 탓에 영업이익률은 제자리걸음 수준인 4.3%에 머물렀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판관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DL건설의 GPM 개선과 해외플랜트 현장에서 약 180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있었다"면서 "주택 GPM은 4분기에 추가 개선이 예상되고 일부 프로젝트에서 추진 중인 도급 증액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두 자릿수 이익률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은 뚜렷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후퇴했다.
현대건설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8조2569억원, 영업이익은 11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53.1%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4% 수준이다. 당기순이익도 77.9% 급감한 401억원에 그쳤다.
현대건설의 수익성 악화 배경에는 원가율 상승이 자리한다. 안전과 품질에 대한 투자비용이 늘고 원자잿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원가율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사우디 마잔 현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공사 지연에 따른 발주처와의 비용 협상이 다소 지연돼 해당 현장에서 700억원 가량의 원가상승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면서 "이런 일회성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해외부문 연결 마진율이 1% 남짓으로 떨어져 있어, 현대건설 해외부문 잔고 마진의 절대 수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수 밖에 없는 실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국내부문에 경상적으로 7% 수준의 GPM을 기록한 점과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2022년 착공 현장 매출 기여가 내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마진 개선은 시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4조4280억원, 영업이익 236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2%, 22.1% 감소했다.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준공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건설경기 악화 속에서 영업이익 감소 폭 대비 수익성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출총이익은 493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수준의 규모를 유지했다. 영업이익률은 5.3%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0.4%p 낮아졌다.
대우건설은 매출(2조5478억원)과 영업이익(623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4.8%, 67.2% 줄었다. 진행 현장 수의 감소와 원가율 상승세 지속, 일부 현장의 추가적인 원가 반영과 같은 일회성 비용이 더해진 결과다.
특히 지난해 3분기 토목 부문 GPM은 12.2%에 달했으나 올해는 마이너스(-) 2.4%로 나타났다. 주택건축 GPM도 5.3%로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p) 낮아졌다. 플랜트와 연결종속 회사 등의 GPM이 각각 16.4%, 47.6%로 전년 동기 대비 2.5%p, 31.9%p 상승했으나 전반적인 수익성 제고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총 매출액은 해외수주 및 분양 감소의 여파로 전분기에 이어 두 자릿수 감소를 지속했다"면서 "국내외 토목 현장에서의 추가 원가 550억 원과 주택 준공 현장에서의 재시공관련 비용 270억 원이 반영된 것이 영업이익 부진의 주된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우건설은 4분기 이후 해외수주 성과와 함께 마진 안정화 등 실적 개선 요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토목 부문의 원가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플랜트 및 연결법인 마진이 절대적으로 높고 올해 착공 주택 현장의 평균 마진이 하이싱글(8% 내외)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익률의 개선 속도는 다소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