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국의 탄핵 정국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에 놓인 산업계가 '인건비 쇼크'까지 맞닥뜨릴 우려가 커졌다. 대법원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결정 때문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선고한 판결에서 그동안 통상임금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여겨졌던 '고정성' 요건을 폐지했다. 대신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법원 전원함의체.(사진=연합뉴스)
이 판결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특정 시점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재직 조건'이나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연간 약 7조원에 달하는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등 경영상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대법원이 11년만에 통상임금 관련 범위와 기준을 뒤집으면서 소송을 제기한 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통상임금 체계가 바뀔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은 물론, 관련 사안에 대한 노사간 갈등이 커지고 소송이 늘어나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 경영 환경은 여느때보다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서면서 미중 갈등과 자국 이기주의 확대, 이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전망이다. 환율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세 역시 불법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인해 한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들다. 불안한 정국의 영향으로 내수는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고, 수출 등에서 정부의 발빠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많은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 판결로 인해 인건비 쇼크까지 추가되면서 "정말 회사 운영하기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통상임금을 두고 노사간 갈등이 커지면서 산업계 전반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적 혼란과 내수 부진, 수출증가세 감소 등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정기상여금을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우선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킬 부분과 성과를 반영한 성과급으로 재편성해서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여유자금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기업 유지가 힘들거나, 고용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식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을 표한다"며 "중소기업의 추가적인 비용부담과 노사 간의 갈등이 증가할 수 있고, 특히 고용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