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발간 한국의 외환시장과 외환제도 중에서(자료=한국은행) 지난달 은행들이 보유 중인 달러를 대거 한국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리스크에 따른 환율상승 여파로 밸류업 정책에 타격을 입을 것을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말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4156억달러 가운데 예치금은 252.2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31.8%(60.9억달러) 급증했다. 이에 외환보유액에서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4.6%에서 12월 6.1%로 한 달 만에 1.5%포인트 불었다. 전월 말 기준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예치금 외에 유가증권 3666.7억달러(88.2%), SDR 147.1억달러(3.5%), IMF포지션 42억달러(1.0%), 금 47.9억달러(1.2%)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예치금이 급증한 것은 시중은행들이 밸류업 정책의 바탕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를 위해 달러 자산을 한은으로 옮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Common Equity)에서 위험가중자산(Risk Weighted Asset, RWA)을 나눈 값이다. 이익잉여금이 늘어나 분자가 커지거나 분모인 RWA가 줄어들면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환율이 RWA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면 RWA의 외화자산 가치를 증대(분모 증가)시켜 CET1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통상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 비율은 약 0.02%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13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12월 초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사태 여파로 최근 1400원대 후반으로 급등하면서 은행지주 CET1 비율은 단순 계산으로 0.2%포인트 안팎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CET1 비율 13.0% 이상을 기반으로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작년 9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13.1%로, 최근 환율 상승 영향을 반영하면 작년 말 기준 CET1 비율은 밸류업 마지노선인 13%선이 깨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CET1 비율 13%가 깨지면 계획했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분기 균등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위험가중자산 가운데 외화표시 자산을 줄이면 환율 상승에 따른 CET1 비율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한은은 전월 대비 12월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배경에 대해 “(환율 방어 등으로) 외환보유액 축소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외화 외화예수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은 계좌로 들어간 은행의 보유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RWA 축소 효과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은행지주의 밸류업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은행권 해외법인 출자금의 RWA 산출 제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안정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12월말 외환보유액(자료=한국은행)

"달러 좀 맡아줘"...은행들이 한국은행에 달려간 이유

한은 12월 외화 예치금 32% 급증
"환율 상승 지속되면 밸류업 타격"
은행, CET1 비율 13% 방어 안간힘

최중혁 기자 승인 2025.01.06 14:29 | 최종 수정 2025.01.06 14:36 의견 0
2023년 발간 한국의 외환시장과 외환제도 중에서(자료=한국은행)


지난달 은행들이 보유 중인 달러를 대거 한국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리스크에 따른 환율상승 여파로 밸류업 정책에 타격을 입을 것을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말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4156억달러 가운데 예치금은 252.2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31.8%(60.9억달러) 급증했다.

이에 외환보유액에서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4.6%에서 12월 6.1%로 한 달 만에 1.5%포인트 불었다.

전월 말 기준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예치금 외에 유가증권 3666.7억달러(88.2%), SDR 147.1억달러(3.5%), IMF포지션 42억달러(1.0%), 금 47.9억달러(1.2%)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예치금이 급증한 것은 시중은행들이 밸류업 정책의 바탕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를 위해 달러 자산을 한은으로 옮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Common Equity)에서 위험가중자산(Risk Weighted Asset, RWA)을 나눈 값이다. 이익잉여금이 늘어나 분자가 커지거나 분모인 RWA가 줄어들면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환율이 RWA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면 RWA의 외화자산 가치를 증대(분모 증가)시켜 CET1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통상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 비율은 약 0.02%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13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12월 초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사태 여파로 최근 1400원대 후반으로 급등하면서 은행지주 CET1 비율은 단순 계산으로 0.2%포인트 안팎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CET1 비율 13.0% 이상을 기반으로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작년 9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13.1%로, 최근 환율 상승 영향을 반영하면 작년 말 기준 CET1 비율은 밸류업 마지노선인 13%선이 깨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CET1 비율 13%가 깨지면 계획했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분기 균등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위험가중자산 가운데 외화표시 자산을 줄이면 환율 상승에 따른 CET1 비율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한은은 전월 대비 12월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배경에 대해 “(환율 방어 등으로) 외환보유액 축소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외화 외화예수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은 계좌로 들어간 은행의 보유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RWA 축소 효과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은행지주의 밸류업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은행권 해외법인 출자금의 RWA 산출 제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안정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12월말 외환보유액(자료=한국은행)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