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2024년 연간 잠정 실적에서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3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영업 적자다. 이렇게 된 데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과 고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대규모 손실 원인, 자회사 부담과 해외 프로젝트
22일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2209억원, 순손실 7364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도 영업이익 7854억원에서 급격히 감소한 수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주요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프로젝트에서의 손실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들 프로젝트에서의 초기 비용 부담과 예기치 않은 공정 지연 등이 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손실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공정 관리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원가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문제 프로젝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 실적 충격에도 매출·수주는 목표 초과 달성
다만 현대건설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과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사업 다각화에서 성과를 보였다. 연간 매출은 32조69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늘었고, 연간 수주 누계는 30조5281억원으로 목표치(29조원)를 105.3% 달성했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과 샤힌 프로젝트 등 대형 현장에서의 공정 진척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국내에선 대전 도안 2-2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와 부산 괴정 5구역 재개발 사업 등을 수주하며 주택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해외에선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설계 프로젝트를 통해 고부가가치 수주를 확보했다.
수주잔고는 89조9316억원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는 현대건설이 주택과 인프라, 해외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다각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유지한 결과로 평가된다.
■ 올해 목표 ‘수익성 중심 경영’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30조3873억원, 수주 목표를 31조1412억원으로 잡았다. 영업이익 목표는 1조1828억원으로, 지난해 손실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주요 추진 과제로는 원전 프로젝트와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통한 매출 확대, 원가율 및 공사비 관리 강화, 핵심 프로젝트 위주 선별 수주 등이 있다. 또한, 에너지 밸류체인 확대와 저경쟁·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집중하는 전략도 병행한다.
현대건설은 주택 부문에서도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 등 청정에너지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신개념 주거상품 개발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