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신작 '인조이'.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이 AI 기술을 앞세워 게임 산업에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크래프톤은 올해 AI 기술을 신작 개발과 게임 서비스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AI 기술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7000억 원, 영업이익 1조10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핵심 타이틀인 '배틀그라운드(PUBG)'의 지속적인 성공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크래프톤은 올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차원의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실적은 결국 단일 IP에 기댄 결과라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제2의 '배그'를 찾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성장 플랜을 제시했다.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해 CES에서 엔비디아와 협업해 개발한 CPC(Co-Playable Character)를 선보인바 있다. 또한 지난달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CPC 및 게임 특화 AI 모델 관련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CPC는 주어진 시나리오대로만 행동하는 기존 NPC(Non Player Character)와 달리 사람처럼 유연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캐릭터다. 엔비디아 에이스(ACE) 기술로 구축된 게임 특화 온디바이스 소규모 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CPC는 오는 3월 출격하는 신작 '인조이'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12일 진행된 IR에서 해당 기술이 접목된 게임 시스템 '스마트 조이'를 시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개발자가 NPC에 모든 룰을 하나씩 입력해야 했다면, '스마트 조이'의 '스마트 팬' 기능에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SLM)을 적용해 성능을 고도화했다"며 "NPC에게 '너는 깔끔한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입력하면 청소를 집중적으로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등 다른 게임에도 CPC를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일례로 '배그'에 적용될 예정인 CPC 'PUBG 얼라이'는 이용자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상황에 맞춰 전략을 세우며 플레이 스타일을 조정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올해 내부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자회사 렐루게임즈에서의 성과도 눈길을 끈다. 크래프톤은 업무 전반에 '챗GPT' 등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전문 개발사 렐루게임즈를 통해 AI가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맡은 작품들을 지속 선보여왔다.

이용자가 직접 소리내어 주문을 읽으면 AI가 문장을 분석해 점수를 매기는 '마법소녀 즈큥도큥'을 비롯해, 생성형AI GPT-4o를 기반으로 게임 내 NPC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딥시크의 부상으로 AI 패권 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크래프톤이 AI 시대 최대 수혜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나온다.

게임이 AI 기술을 테스트하고 실용화하기에 적합한 무대로 평가받는 만큼, AI기업과의 협력이 꾸준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딥시크 'R1'의 사례처럼 가성비 높은 AI 모델의 활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크래프톤은 현실의 안주가 아닌 도전과 투자를 택했음을 강조했다"며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 속도대로라면 지난해 4·4분기 일시적 부진을 딛고 다시 올해 1·4분기 놀라운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