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비트코인 시세/자료=연합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도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 논의조차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면서, 한국인의 비트코인 사랑을 보여주는 '김치 프리미엄'도 1.3% 선에 머물렀다. 가상자산을 다루는 국내의 정책적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17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 52주 간 비트코인 시세는 최고가 1억6332만5000원에서 최저가 7210만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및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 논의 직후에도 1억2000만원 선을 횡보하는 등 역대 최고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트코인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 또한 1%대에 머물렀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심리가 다소 둔화되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외국 거래소의 코인 가격이 차이로 수익을 보던 트렌드도 시들해진 상태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정책적 입장도 혼조세에 가깝다. 정치권에서는 비트코인 전략 비축 관련 공론화를 시작하는 한편, 한국은행에서는 '신중 접근'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 비축 정책에 발맞춰 한국 정부도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에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은과 기획재정부 또한 해당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
이에 한은은 “현재까지 논의 및 검토한 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6일 공개한 '비트코인 외환보유액 편입' 관련 한은의 서면 질의 답변에 따르면, 한은은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기로 하고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한은이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한은은 서면 질의 답변에서 “가상자산 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거래비용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전했다.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산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과 시장성을 갖추고 ▲태환성 있는 통화로 표시되며 ▲신용등급이 적격 투자 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국제통화기금의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
한편 유럽 및 스위스 중앙은행과 일본 정부 등이 비트코인 외환보유액 비축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도 한은의 신중론에 힘을 더했다.
한은은 국제결제은행 및 주요국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CBDC 및 토큰화 등을 활용해 국가 간 지급서비스를 개선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CBDC는 디지털 에셋의 접근을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 공신력 있는 공공 영역이 담당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트코인 전략 비축은 여러 가지 의견 가운데 하나"라며 "스테이블코인 및 크립토 동맹 등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