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3일 한 때 9만700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사진=연합
10만 달러 선이 붕괴됐던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다시 가격을 회복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사이 1000만원을 급등락 하는 가운데 비트코인에 대한 고점 경고와 저가매수 기회라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4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한 개 당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각보다 10.82% 오른 10만1220달러에 거래됐다.
큰 폭으로 떨어졌던 알트코인들도 재반등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리플은 전날 같은 시간 대비 13.36%, 솔라나는 8.71%, 도지코인은 11.1% 가량 올랐다. 다만, 이더리움은 0.6% 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보류하면서 급락했던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두고 이를 한 달간 전격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멕시코에 대한 과세 부과도 한 달 유예를 결정하면서 가상자산 가격 반등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발 관세 폭탄 뿐 아니라 투자 업계에서 제기된 '비트코인 내재가치론'이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현대 금융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파마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최근 10년 안에 비트코인 가치가 ‘제로(0)’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마 교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캐피털리즌트’(Capitalisn’t)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교환 매체로서의 모든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이런 매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암호화폐는 쓸모가 전혀 없다”는 언급과, 월가의 투자 전설로 꼽히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비트코인은 내재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평가 등 연이어 부정적인 발언이 쏟아진 셈이다.
파마 교수는 ‘시장의 모든 정보가 자산 가격에 즉각 반영된다’라는 명제로 지수 추종형 펀드의 논리적 틀을 제공한 학자로 평가된다. 2013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라스 피터 핸슨 시카고대 교수 등과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의 이론을 빌리자면 "10년 내로 비트코인 가격이 0원이 될 것"이라는 그의 전망은 비트코인의 가격에 즉각 반영됐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편, 비트코인 회의론은 과거부터 이어진 일부의 의견이라는 시각도 있다. 거물급 투자자들이 이미 비트코인 ETF 상품을 취급하는 등 이미 비트코인은 내재가치를 논할 단계를 넘어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레거시 투자 영역에 자리 잡은 만큼 내재 가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결합 펀드 등 가상자산 파생 금융상품 출시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다수의 알트코인들이 현물 ETF를 비롯한 가상자산 인덱스 펀드 등 승인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큰 손 투자자인 연기금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미국 연금기금 중 한 곳인 미시간주 퇴직위원회와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지난해 운용 자금 일부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기금들이 비트코인을 투자 가능한 대체 자산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