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36년 역사의 ‘연예가 중계’와 37년 역사의 ‘추적 60분’이 문을 닫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시청률과 이를 바탕으로 한 광고 매출이 손꼽힌다. KBS 간판 프로라는 전통도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힘을 잃은 셈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장수 프로그램들의 폐지가 잦았다. KBS는 ‘연예가 중계’ ‘추적 60분’을 제외하고도 15년 역사의 ‘KBS 스페셜’과 18년 역사의 ‘VJ 특공대’를 폐지했다. ‘콘서트 7080’도 14년 만에 시청자들과 이별했으며,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는 9년 만에 시청자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MBC는 작년 ‘무한도전’을 13년 만에 종영했다. 이전만 못한 화제성과 소재 고갈이 종영의 이유였다. 가상 결혼이라는 콘셉트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던 ‘우리 결혼했어요’도 어느덧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10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된 원인은 시청률 또는 광고를 끌고 올만한 화제성의 부족이다. 시청률만 이어진다면, 전통성에 대한 비판까지 감수하며 프로그램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연출자의 소재 고갈이나 피로 호소 등 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이 이유 하나만으로 폐지까지 감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진=KBS 제공
특히 최근 지상파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변화가 가속화됐고, 장수 프로그램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MBC와 KBS는 이미 적자, SBS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90% 급감했다. 10시 드라마의 편성 변경마저 시도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장수 프로그램들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지상파의 한 PD는 “지상파는 수익과 무관하게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지속해 왔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대부분이 공공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최근 수익 구조가 위기에 처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완고하게 입장을 가지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시사프로그램에까지 수익성을 따지지는 않지만, 교양을 중심으로는 수익을 조금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KBS 김덕재 제작1 본부장은 최근 열린 KBS 시사&다큐 설명회에서 개편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없애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시사의 퇴조를 의도하는 것이냐는 걱정도 있었다”며 “기존 ‘추적60분’과 ‘KBS스페셜’은 오래된 프로그램이 가지는 한계가 분명 있었다. 제작진의 어려움도 컸고,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봤고, 과감한 조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