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뷰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카카오)

‘카카오톡’은 지난 2010년 3월 18일, 아이폰용 모바일 메신저로 애플 앱스토어에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카카오톡의 등장은 “문자해”에서 “카톡해”로 대한민국의 소통방식을 바꿀 정도로 파장을 낳았다. 그리고 2014년,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합병하면서 우회상장에 성공한다.

창업 이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음에도,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7조8000억 원을 기록한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김범수 창업자가 건강상 이유로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모바일에서 AI(인공지능) 사업으로 다시 한번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 ‘모바일 채팅 전성시대’ 포문…다음 인수로 확장

2010년 카카오톡이 처음 서비스됐을 당시,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 개발자들은 목표 이용자 수를 10만 명으로 잡았다. 당시 웹 서비스에서는 10만 명의 이용자를 모으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와 맞물리며 카카오톡은 출시 1년 후 가입자 1000만 명, 이듬해에는 400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12월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MAU는 약 4900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 중 94%가 이용 중이다.

카카오톡은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가 아니었으며, 당시 미국이나 국내에도 비슷한 앱들이 이미 나와 있었다. 또 처음부터 완벽한 메신저로 등장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최대한 서버를 단순하게 만들고, 기존의 모바일 메신저가 가진 단점들을 극복해 나가면서 이용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나갔다.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는 이후 선물하기와 이모티콘, 게임하기, 카카오프렌즈 등 연이은 서비스를 차례로 내놓으며 IT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생존을 걱정하던 스타트업에서 미래의 성장을 고민하는 대표 모바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카카오)

그러던 중 카카오는 2014년 5월, 카카오는 국내 2위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인수를 공식 발표해 IT 업계를 놀라게 했다. 90년대 한국 인터넷 시대를 풍미했던 다음과, 2010년대 모바일 시대를 상징하는 카카오의 결합은 IT 업계의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처음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아이디어를 낸 인물은 이재웅 다음 창업자였다. 2014년 초 최세훈 대표와 티타임을 가지던 도중 카카오와 합병 아이디어를 꺼냈고, 이에 최 대표는 판교로 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범수 창업자는 이 제안을 듣고 처음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즉답 대신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고, 수 주간의 고민 끝에 합병 제안에 동의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숙련된 개발자와 플랫폼, 웹툰, 지도 등 카카오에 없는 것들을 보유한 회사였다. 다만 모바일 시대를 맞아 패러다임 전환에 어려움을 겼고 있었다. 인수 합병을 위해 두 회사는 철통 보안 속에서 TF 팀을 꾸려 2개월 간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 이석우 대표. (사진=카카오)

당초 시장에서는 2015년 카카오의 상장을 예상하는 분위기였으나, 카카오는 한발 앞서 다음과 깜짝 인수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의 방법을 선택했다. 5월 26일, 다음커뮤니케이션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사명인 주식회사 ‘다음카카오’ 출범을 알렸다.

기자회견에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모바일을 비롯해 IT 전 영역을 아우르는 커뮤니케이션-정보-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세훈 다음 대표 역시 “합병을 통해 서로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양사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며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IT-모바일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첫걸음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