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충정로 본사(사진=종근당)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종근당은 ‘미래성장동력은 혁신신약에 있다’는 판단 아래 신약개발 범주를 대폭 확대하며 신약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첨단바이오의약품과 ADC 항암제 등 신규 모달리티를 모색하며 세상에 없던 신약과 미충족 수요 의약품을 타깃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9일 종근당에 따르면 이 회사는신약 및 개량신약,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우수한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 대비 약 9~11% 가량을 R&D 투자에 집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부터 5년 연속으로 국내 최다 임상시험 승인 건수를 기록했고 최근 5년간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종근당의 연구개발 비용을 살피면 2018년 770억원에서 2019년 986억원, 2020년 1467억원, 2021년 1633억원, 2022년 1763억원, 2023년 1396억원, 2024년 157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2004년 국내 신약 제8호 항암제 '캄토벨'과 ▲2013년 국내 20번째 신약 허가를 받은 당뇨병 치료제(듀비에정) ▲국내 및 일본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이 출시 됐다. 또 ▲2022년 7월에는 위염치료제 천연물 의약품인 지텍의 국내 품목 허가와 ▲같은 해 10월에는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인 루센비에스의 국내 품목 허가를 획득, 2023년 1월 출시됐다.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전략은 지난 2023년 11월 글로벌 제약기업에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기술 수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저분자 화합물질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해 13억 500만 달러(약 1조 73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CKD-510은 종근당이 연구개발한 신약후보 물질로 선택성이 높은 비히드록삼산(NHA)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억제제다. 전임상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등 여러 HDAC6 관련 질환에서 약효가 확인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 받았다.

■폭넓은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종근당 연구개발비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재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질환부터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까지 폭넓은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2023년 2월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 시나픽스와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ADC)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기술 3종의 사용권리를 확보해 ADC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일반 세포에 가해지는 악영향은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KD-703은 간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c-MET)를 표적으로 하는 ADC(항체 약물 접합체)다. 시나픽스에서 도입한 차세대 ADC 기술을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c-MET 항체에 적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c-MET의 하위 신호를 저해하는 동시에 세포 독성 약물을 암세포에 전달해 사멸을 유도한다. 혈중에서 세포 독성 약물의 무작위적 분리를 최대한 억제해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근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 개발 생산(CDMO) 및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이엔셀’과 전략적 투자 및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 각서(MOU)를 2023년 5월 체결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 치료제 연구 센터 ‘Gen2C’를 개소하고 기존 방법들로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타깃의 희소·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 주목할 만한 파이프라인으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508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KD-702를 꼽을 수 있다. CKD-508은 혈액 내 지방단백질 사이 콜레스테롤에스테르(CE)와 중성지방(TG)의 운반을 촉진하는 콜레스테롤에스테르 전이단백질(CETP)의 활성을 억제하여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낮추고 고밀도 콜레스테롤(HDL-C) 수치를 높여주는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효종연구소에서 진행한 비임상 효력실험에서 CKD-508의 LDL-C 감소 및 HDL-C 증가 효과를 명확히 확인했으며,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지표인 아포단백질(Apo-B)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특히 CKD-508은 약물에 의해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인 오프타깃 효과와 약물의 지방세포 축적, 약효 미약, 낮은 안정성 등 1세대 CETP 저해제의 문제점을 극복한 2세대 약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FDA로부터 미국 임상 1상을 승인받아 CKD-508의 안전성 및 지질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한편 임상 2상을 위한 최적 용량을 탐색할 예정이다.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CKD-702는 항암이중항체 바이오신약이다. 2022년 9월 유럽종양학회에서 CKD-702의 임상 2상 권장용량을 결정하고 약동학적 특징, 안전성 및 항종양효과를 평가한 임상 1상 파트1 결과를 발표하며 항암 신약으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CKD-702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에 동시에 결합하여 두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고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또한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살상기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을 일으키는 작용기전으로 표적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종근당은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CKD-702의 임상 1상 Part 2를 진행 중이다. 향후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선별된 환자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여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다양한 암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ADC항암제와 세포유전자치료제는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파이프라인의 핵심”이라며 “꾸준히 연구개발비를 확대해 R&D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