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IT 출신 생명공학자들이 설립한 Ginkgo Bioworks가 생명과학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단순한 R&D 대행 기업에서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한 Ginkgo는 이제 ‘생명과학계의 AWS’라는 비전 아래 기술·수익 양면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Ginkgo는 생물학을 소프트웨어처럼 설계할 수 있다는 비전을 품고 출범했다. 설립 초기에는 제약·농업 등 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세포기반 실험을 대행하는 서비스형 R&D 모델을 운영했지만, 2021년 상장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플랫폼 전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AI 분석역량을 바탕으로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통합해, 고객이 맞춤형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Google Cloud와의 협력을 통해 GPT-4 수준의 생명정보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스트리밍 API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연구의 클라우드화를 가속하고 있다. 3,0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이 인프라 투자로 인해, 생명과학의 설계·실행 과정 자체가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로쓰리서치 김정원 연구원은 “Ginkgo는 기존의 주문형 R&D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AI를 통합한 플랫폼 중심 모델로 전환하며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술 진화는 사업 성과로 이어졌다. Ginkgo는 2025년 1분기 총매출 4,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했다. 비현금성 환입을 제외한 실질 매출은 4,100만 달러로 8% 증가했고, Cell Engineering 부문만 놓고 보면 10% 성장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 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Biosecurity 부문도 1,000만 달러 매출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Cell Engineering 내 신규 서비스인 ‘Datapoints’는 2024년 상업적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화에 돌입했다. 이는 Ginkgo가 보유한 유전체 데이터와 AI 분석력이 실제 시장에서 수익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또한 바이오제약사 및 IT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확대되며, 자동화 실험 시스템인 RAC(Reconfigurable Automation Cart) 등 툴 기반 매출 역시 늘어나고 있다.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Ginkgo는 2025년 초까지 누적 2억 5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완료했고, 연말까지 2억 5,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결과 GAAP 기준 순손실은 -9,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축소됐고, 조정 EBITDA 역시 73% 개선됐다.
Biosecurity 부문에서는 생물학적 위협 조기 탐지 시스템인 Canopy와 데이터 통합 플랫폼 Horizon이 중심 역할을 한다. 이들은 공항, 국경, 군사시설 등에서 병원체를 감지하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략적 대응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AI 기반 자동 분석 기능은 시스템의 선제 대응 역량을 지속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Ginkgo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력에 있다. 자동화 실험실, AI 분석 시스템,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등 기술 스택을 통합한 플랫폼은 제약, 농업, 식품, 환경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화이자, 모더나,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은 Ginkgo 기술의 신뢰도를 방증한다.
김정원 연구원은 “생명과학을 소프트웨어처럼 다룰 수 있는 플랫폼 역량은 Ginkgo만의 독보적 강점”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배경도 바로 이 기술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4분기 Merck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 마일스톤 달성으로 900만 달러를 수령한 사례는, 플랫폼이 단순한 실험 대행을 넘어 상업화 단계에서도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등 전략적 인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결국 Ginkgo Bioworks는 단순한 바이오테크 기업을 넘어, 생명과학이라는 인프라 자체를 재정의하는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지금 이 시점은 Ginkgo 플랫폼의 성장곡선 초입에 올라탈 수 있는 전략적 시점일 수 있다. 고도화된 기술력과 반복 가능한 수익구조,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Ginkgo는 생명과학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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