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행정안전부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따라 금융권도 큰 변화를 앞둔 가운데, 관련 법 개정 등 후속 절차가 만만치 않아 새로운 체제가 정상 가동되기까지 혼란과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오후 늦게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부 정책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특정 부처에 집중된 기능과 권한을 분산·재배치한다”고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정부안은 지난 6월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의 문제의식과 대책이 대부분 반영된 안이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쪼개진다.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시켰다.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부처 이름이 바뀐다.
금융위원회 역시 찢어진다.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위원회로 명패를 바꿔 감독 기능에 집중한다. 산하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신설)을 지휘하게 된다.
금융위의 국내금융 기능이 재경부로 이관되면서 금융정책의 청사진은 재경부가 그리게 됐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콘트롤타워 역할도 재경부 장관(경제부총리)이 맡는다.
윤석열 정부에선 일명 F4회의(대통령실·기재부·금융위·금감원)라는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위기 상황에 대처했지만 바뀌는 조직 체계에서는 경제부총리가 지휘하고 관련 부처가 공조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방안의 밑그림을 그린 국정위는 기존 ‘F4회의’를 공식 기구화(금융안정협의회) 할 것을 건의했지만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실현되더라도 국정위 안(재경부·한은·금감위·금감원·예보)대로 구성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능만 놓고 보면 대통령실, 재경부, 한은, 금감위 등 4곳의 참여가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획예산처, 금감원, 소보원, 예보 등의 참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바뀐 조직 체계에서는 평시에 F4~F5로 운용되다 전시에 F6~F8으로 확장되는 그림도 그려볼 만하다.
다만, 발표된 방안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당장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정부조직 개편이 아니라 정부조직 파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청 폐지, 기재부 예산 기능 이관 등을 문제 삼아 결사 항전 태세다.
여당은 오는 2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금감위 설치법을 국회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이 협조할 확률은 낮은 상황. 특히 금감위 설치법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라 협조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 설득에 실패할 경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일정상 올해 중으로 통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는 내년에도 불완전한 정부 조직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함을 의미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칼로 무 베듯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금감위 설치법이 정무위를 통과할 가능성도 낮아 보여서 올 연말까지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