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다시 1400원대을 넘보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즉 최근 원화가치 하락은 국내보단 미국발 요인에 따른 제한적 달러 강세가 주된 요인라는 점에서다. 더욱이 15% 수준의 관세 영향을 고려할 때 당분간 140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이 오히려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린 1393.0원으로 출발해 139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8월 1390.1원에 마감해 월간 상승폭은 3.1원 수준. 지난 5월 50.9원 떨어지고 6월에도 30.1원 내렸던 환율은 7월 37.0원 반등했지만 8월들어 139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며 변동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M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1400원대를 넘보고 있는 환율에 대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지난해부터 연초 1400원대 환율을 기록할 때보다 국내 경제 펀더멘탈이 개선 추세에 있고, 원화 약세가 관세 충격을 일부 상쇄시켜 줄 수 있다는 점울 근거로 들었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작년말부터 5월까지 1400원대 환율이 지속된 원인은 미국 경제 호조에 따른 달러강세 영향도 있었지만 국내 요인이 환율 불안을 크게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즉 계엄 및 탄핵 등 정국 불안 확대와 국내 경기 악화 등이 원화 가치를 더 추락시켰다는 의미다.

반면 최근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적 요인보다 미국발 요인에 따른 제한적 달러 강세가 주된 요인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은 달러 약세 요인이지만 경제 펀더멘탈 측면에서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여타 국가에 비해 양호한 성장흐름을 보이고 있고, 우려와 달리 관세 수입 급증 등으로 재정 리스크가 크게 불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최근의 달러강세 요인을 짚었다.

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원화 가치를 결정하는 국내 경제 여건은 개선 추세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비 0.6%로 1분기 역성장에서 탈피했다. 3분기엔 소비쿠폰 등 추경 효과로 성장률 수준이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출경기 역시 미국 관세발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려보다 견조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경기 개선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더해 대선 직후 급등하던 국내 증시가 8월들어 다소 조정세를 보이지만 추가 상승 기대감이 유효하고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로의 추가 유입도 기대된다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9월 미 연준의 금리인하 등도 대기하고 있어 원화 가치를 하락시킬 재료보다 상승 재료가 오히려 눈에 띈다"며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 CDS 프리미엄은 급락세다. 일시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할 수 있지만 안착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한편 관세 악영향을 고려할 때 당분간 140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즉 대미 관세율이 15%로 예상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결정, 관세 충격을 그나마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이 원화 가치 하락이기 때문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충격을 환율 상승을 통해 일부 상쇄시킬 수 있다"며 "오히려 원화 가치가 강세, 즉 달러/원 환율이 하락했다면 수출기업 입장에서 이중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달러/원 환율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반론도 있다. 수입물가 상승 압력, 외국인 자금이탈 등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제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환율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지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로 안정적이며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도 배럴당 60달러 초반 수준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라며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역시 달러/원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고 제한적인 추가 상승에 그친다면 투자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