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이상지방간염(MASH)이 글로벌 신약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료제가 전무했던 시장에 FDA 최초 승인 치료제 ‘레즈디프라’가 등장한 이후,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기전과 치료 타깃을 가진 후보물질들이 등장하면서 MASH 치료제는 단일제 중심이 아닌 병용·세분화 전략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가시적인 임상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선도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MASH 치료제 시장은 현재 연평균 38.2%의 폭발적인 성장률이 예상되는 고성장 시장이다. 이는 전 세계 약 10억 명의 비만 인구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MASLD(대사이상지방간질환) 및 MASH의 확산에서 기인한다. 실제 MASLD 유병률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38%에 달하며, MASLD에서 MASH로 진행되는 비율도 34%로 높다. 이로 인해 MASH는 단순 간 질환이 아니라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대사질환 전체의 ‘최종 도착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MASH 치료제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Rezdiffra)'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 단 두 가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레즈디프라조차도 치료 효능이 20~30% 수준에 머물러 공급은 물론 효과 면에서도 환자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F4 단계 간경변 환자를 위한 치료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로쓰리서치 김도현 연구원은 “레즈디프라 출시 이후 MASH 치료제 시장의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입증됐다”며 “특히 다양한 병기와 병인 특성을 가진 환자군을 겨냥해 다양한 작용기전의 치료제들이 병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틈새를 겨냥해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후보들은 GLP-1/Glucagon 이중 작용제, GLP-1/GIP/Glucagon 삼중 작용제, FGF21 작용제, RNA 간섭제, 아밀린 작용제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GLP-1 계열은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에서 강점을 보이며 F1~F2 단계에 효과적이다. 반면, FGF21 계열은 간 섬유화 개선에 특화돼 F3~F4 중증 환자 대상 치료에 유리하다. RNA 간섭제는 유전자 발현 단계에서 병리 원인을 차단하는 고정밀 전략으로 부작용을 줄이며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치료제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의 GLP-1/Glucagon 이중 작용제 ‘DD01’은 임상 2상에서 24주 투여 후 간 지방 감소와 섬유화 개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PRO-C3 지표에서는 통계적 유의성(p=0.06)에 근접했으며, ELF Score(p<0.02)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을 보여 향후 임상 3상에서 기대감이 크다. DD01은 약물 지속성과 내약성에서도 기존 치료제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NA 간섭제를 개발 중인 올릭스는 일라이 릴리와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자사 파이프라인 OLX702A는 2025년 임상 1상 완료가 예상되며, 주 1회가 아닌 3개월 간격의 투여로 환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듀얼 타겟팅 플랫폼을 통해 향후 비만, 심혈관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유일의 GLP-1/GIP/Glucagon 삼중 작용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임상 1b/2a상에서 간 지방을 평균 81.1% 감소시키며 압도적인 효능을 입증했다. MSD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임상 2b상도 진행 중이며, 2026년 주요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이 약물은 F4 환자까지 커버할 수 있는 범용성을 목표로 한다.

규제 환경 변화도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 FDA는 기존의 침습적 생검 방식 대신, 비침습적 진단기술을 대체 평가지표로 도입하는 규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는 환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간 전체 상태를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어 신약의 평가 신뢰도와 개발 속도를 동시에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김도현 연구원은 “향후 비침습 진단 기준이 확립되면 초기 임상 단계 기업들의 데이터 확보 속도와 승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국내 기업들의 기전 다양성과 임상 속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MASH 치료제 시장은 단순한 신약 개발을 넘어 치료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다양한 기전의 병용, 환자 맞춤형 접근, 비침습 평가 기반의 신속한 임상은 이 분야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보여주는 기술력과 임상 속도는 글로벌 ‘Best-In-Class’ 후보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하고 있다. 이들의 진군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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