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자료=금융위원회)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을 선언한 정부의 행보에 은행 등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모험자본 등으로 물꼬를 틀기위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높였다. 다만 예상보다 덜했던 상향폭에 은행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당국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등 은행들은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 하한이 20%로 상향 조정된 것에 대해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과 부동산으로의 자금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RW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이기로 한 것.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15%에서 25%로 오를 것이란 얘기가 많았는데 20%로 결정돼 예상보다 자본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봐야겠지만 주담대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은행이 적정 기준(8%) 이상을 유지하려면 분모인 RWA를 잘 관리해야 한다. RWA는 대출, 유가증권 등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RW를 적용해 합산한 값으로, 자산의 위험도가 높을수록 RW도 크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부도 및 손실 위험이 낮아 RW 하한이 15%로 낮게 유지돼 왔는데 내년 신규 주담대부터 20%가 적용, 예년대로 주담대를 유지할 경우 BIS 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BIS비율 유지를 위해 주담대를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최대 27조원 정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주담대 규모가 매년 약 270조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RW 하한 상향으로 약 10%의 주담대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RW 하한 조정이 실제 주담대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내 5대 은행의 BIS 비율이 15%를 상회하는 등 우리나라 은행들의 BIS 비율이 모두 권고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자본 부담을 느낄 상황이 아니라는 것.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바라는 생산적 금융을 위해 은행들이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겠지만 특정 은행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BIS 비율 하락을 각오할 경우 멀뚱히 지켜보고만 있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향후 추가적으로 주담대 RW 하한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덕기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단순히 27조원을 줄이는 것이 정책 목표는 아니다”라며 “긴 안목을 갖고 해야 할 과제인 만큼 단계별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긴 호흡을 갖고 추가 상향 등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주담대 RW 하한 조정 외에 은행의 주식 보유 RW 기준도 BIS 기준과 동일하게(원칙 250%, 예외 400%) 적용하기로 했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 원칙적으로 400%를 부과하던 것을 국제 기준에 맞춘 것.
금융위는 이를 통해 국내 은행의 총자본비율이 평균 약 24bp 상승하고, 은행지주의 경우 평균 약 19bp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RWA가 약 31.6조원(기업대출 평균 RW 환산시 73.5조원) 감소하는 만큼 투자 여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 기념사진(자료=금융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