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4차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성공은 단순히 기술 검증을 넘어 발사체 제작·조립·운영의 주도권이 민간 기업으로 본격 이양됐다는 점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의 실질적 개막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KAI, 현대로템으로 이어지는 민간 우주 밸류체인이 사실상 처음으로 완전 가동되며 기업별 역할도 한층 명확해졌다.
■ 민간 체계종합의 출발점…한화 중심의 발사체 대전환
이번 4차 발사의 최대 특징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초대형 ‘체계종합기업(SI)’ 역할을 사실상 처음으로 수행했다는 점이다. 3차 발사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보조하는 수준이었지만 4차부터는 300여 개 참여기업의 관리, 발사체 전 단계 총괄 기획 및 조정, 기술 이전 및 독자제작·조립 체계 구축 등 발사체 제작–조립–시험–운용의 대부분을 한화가 주도했다. 향후 5·6차 발사에서는 발사지휘센터(MDC), 발사관제센터(LCC) 참여 인원을 늘려 지휘·통제권까지 민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가 떠오를 수 있는 ‘땅’을 만들었다. HD현대중공업은 ▲제2발사대(지하 3층, 6,000㎡) 설계·시공 ▲지상기계설비(MGSE) 추진제공급설비(FGSE) ▲전기·관제설비(EGSE) 등 발사대시스템 전 영역을 순수 독자 기술로 구축했다. 특히 발사대 공정 기술 100% 국산화는 국내 항공우주 인프라의 ‘탈외산화’를 의미하는 상징적 성과다. 지난 20년간 축적된 발사 인프라 기술은 향후 차세대 발사체·발사장 추가 구축 사업의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다.
■ HD현대중공업·KAI·현대로템…인프라부터 위성까지 민간 밸류체인
KAI는 이번 발사의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 개발을 맡았다. 1호 개발에 공동 참여해 기술을 확보한 후 2호부터는 위성 본체 시스템 설계–조립–시험·운용을 KAI가 직접 총괄하고 있다. KAI가 확보한 플랫폼 기술 덕분에 한국의 위성 개발·제조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누리호 단별 연소 성능 시험설비를 설계·제작했는데 이 시설은 로켓 엔진이 실제 비행 환경에서 요구 성능을 내는지를 검증하는 핵심 인프라다. 발사 성공은 엔진 시험 과정의 성패와 직결되는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현대로템의 역할이 컸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누리호 프로젝트는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라는 대전환을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4차 성공은 누리호의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민간 우주산업이 독자적으로 발사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실증”이라며 “한국판 스페이스X 로드맵이 이제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