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두산로보틱스 지분 매각을 통해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산 자체 실적 성장세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수준의 주가는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두산은 지난 23일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1170만주, 지분율 18.05%를 대상으로 주당 8만1000원에 주가수익스왑(PRS) 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이를 통해 총 9477억원을 확보한 자금은 SK실트론 인수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양승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말 기준 두산의 현금성 자산은 1조2171억원이며, 금번 두산로보틱스 지분 처분까지 총 2조1648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며 "두산이 100%가 아닌 70.6% 지분을 인수한다는 점, SK실트론의 순차입금이 약 2조4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더라도 현재 확보한 현금만으로 인수 추진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번 공시는 그간 제기되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및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사실상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두산의 최근 주가가 북미 주요 고객사의 주가 부진이 장기화된 점과 SK실트론 인수 등 대외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단기적인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며 조정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만 서버 ODM 업체들의 NVL72출하 흐름을 보면 실제 수요 흐름에서는 북미 고객사 진영이 뚜렷한 우상향 추세를 기록 중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양 애널리스트는 "TPU의 부상과 Rubin의 출하 일정 지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TSMC CoWoS Capa 기준 북미 고객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수요 강세를 뒷바침한다"며 "북미 고객사 밸류체인은 내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량 상향을 통한 전반적인 실적 추정치의 단계적 상향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최근 H200 수출 승인 등을 계기로 북미 고객사의 주가 반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은, 추정치 상향과 리레이팅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밸류체인 전반의 주가 재평가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산 전자BG는 Blackwell 플랫폼 기준 북미 고객사 내에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동종업계 기준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 중"이라면서 "북미 고객사의 차세대 아키텍처인 Rubin 역시 PCB/CCL 측면에서 Blackwell 세대의 플랫폼을 계승·확장하는 구조로 판단되며, 공급망 구성 또한 기존 Blackwell 세대에서 검증된 벤더들의 높은 점유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양 애널리스트는 "현재 두산의 시가총액(약 12조6000억원)은, 기타 사업 및 보유 지분 가치를 0으로 가정하더라도 전자BG의 기업가치조차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수준으로, 현 주가 구간에서는 하방 리스크 대비 상방 여력이 더욱 크게 열려 있는 구간임이 분명하다"면서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우려와 불만은 이해되나, 재원 조달 불확실성 해소와 전자BG의 구조적 실적 개선 흐름을 감안할 경우, 현 주가 조정 국면은 적극적인 비중 확대의 기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