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원고대행 업체를 통해 정산 받은 금액 목록에 있는 '대웅제약 윤재승' 키워드 원고.(자료=뷰어스DB)
대웅제약이 갑질 논란으로 지난 2018년 사임한 윤재승 전 회장 이름을 바이럴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긍정적 내용의 게시물을 포털에 노출시켜 갑질 논란이 일던 과거 게시물을 덮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웅제약 윤재승’이라는 키워드로 원고작성 대행 의뢰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으나, 대웅제약 측은 윤 전 회장 사임 후 관련 마케팅을 진행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받은 사람은 있는데 준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원고대행 업체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했던 A씨는 과거 대웅제약의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 관련 홍보글 의뢰를 받고 작성했던 경험이 있다고 24일 밝혔다. 기업이 외주업체에 마케팅 의뢰를 하는 것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해당 의뢰는 ‘대웅제약 윤재승’이라는 키워드를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질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웅제약 윤재승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 등 갑질을 일삼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돌연 사임했던 인물이다. 포털에 대웅제약 윤재승 전 회장 이름을 검색하면 이 같은 과거 사건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점점 새로운 게시물이 노출 순위를 앞서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윤 전 회장은 이미 사임한 상태로, 대웅제약과 관련 없는 인물이지만 현재도 꾸준히 회사와 세트로 포털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대웅제약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수평적 사내문화 등 기존 윤 전 회장의 갑질 논란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이 같은 마케팅 게시물들은 원고대행 업체에서 작성한 것이다. A씨가 의뢰를 받고 작성한 원고는 2,000자 분량으로, 키워드는 ‘대웅제약 윤재승’이었으며 키워드 반복 횟수는 4~5회였다. 대웅제약의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홍보하는 글이지만 중간 중간 ‘대웅제약 윤재승’이라는 키워드를 4~5번 넣으라는 것이다. 원고 작성으로 A씨가 받은 금액은 7,000원이었다.
현재 포털에 ‘대웅제약 윤재승’을 검색하면 카페나 블로그에 A씨와 같은 프리랜서 원고대행 작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 갑질 논란 글보다 먼저 노출되고 있다. 불미스러운 과거 사건을 모두 덮은 것은 아니지만 노출 순서를 후순위로 밀어낸 모습이다.
기업에서 부정적 이슈를 지우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할 순 있으나, 많은 직원들에게 상처를 줬던 윤재승 전 회장의 이름을 포털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이 같은 방식은 많은 이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원고 의뢰를 직접 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대웅제약 측은 “윤재승 전 회장님은 이미 사임하신 상태이며, 사임 이후로 관련 사항에 대해서 (마케팅을) 진행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마케팅을 외주업체에 맡긴 적이 있냐는 질문에도 "전혀 없고, 본사 마케팅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원고대행 업체에 등록된 의뢰인 명도 개인의 성명이다. 대웅제약이라는 기업을 홍보하는 글이지만, 대웅제약에서는 자사에서 진행한 마케팅 건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의혹이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