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매니지먼트 숲 & NEW
[뷰어스=김재범 기자] 참 많이들 속았다고 한다. 영화 ‘부산행’을 보기 전 말이다. 거의 모든 예비 관객들이 배우 공유와 정유미가 ‘부부’로 출연하는 것이라 착각했다고. 같은 소속사 선후배이다. 공유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나만 알고 싶은 배우’라며 정유미의 매력을 극찬했다. 이 지점이야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많은 팬들이 짐작한 그것이 맞다. 여러 장르를 통해 연기력과 존재감 그리고 작품 속 여배우로서의 분위기 정화 여기에 여배우가 가져야 할 다층적 매력을 모두 가진 인물. 이 수 많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여배우가 대체 얼마나 될까. 그게 정유미라고 단정 짓는다면 분명 특정화의 오류다. 하지만 기회가 안 될 가능성이 너무도 크지만 말이다. 정유미와 단 3분만 대화를 나눠본다면 이 배우의 매력은 대체 불가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공유의 의견에 200% 동의한다. 참고로 ‘부산행’에선 ‘국민 마요미’ 마동석과 부부로 출연한다. 뭔가 특별함이 있을 것 같다.
개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만난 정유미는 특유의 발랄함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여러 작품 속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캐릭터가 실제 정유미의 모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꾸미지 않는 모습은 ‘부산행’의 ‘성경’ 모습 그대로였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정유미는 털털했고 또 솔직했다. 그의 첫 마디 역시 숨김이 없었다. 그가 ‘부산행’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정유미’다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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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솔직히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어요(웃음). 진짜로 이 영화 출연 결정한 이유는 첫 번째가 수안이를 보고 싶어서에요. 너무 잘하는 배우잖아요. 그런 배우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이 작품을 하게 되면 같이 할 수 있고 또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도 볼 수 있잖아요. 하하하. 정말로 그랬어요. 아마도 저한테 제안이 왔을 때 수안이가 캐스팅이 완료됐었나?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 미팅하고 나오면서 회사 분들에게 이거 한다고 했어요(웃음)”
그의 바람대로 그는 극중 수안이와 함께 좁디좁은 KTX 통로 안에서 동고동락을 하면서 멋진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정유미 정도의 프로급 배우가 아역 배우의 연기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다는 말이야 사실 포장이 된 좋은 발언일 것이다.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의 규모가 흥행을 담보로 하고 있단 점은 사실 누구나 아는 점이다. 물론 정유미에게 그런 지점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전 오히려 좀비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시나리오를 접하지 못했을 때는 기사로 먼저 공유 오빠 캐스팅 소식을 들었고 그냥 ‘오빠가 좀비 영화를 찍는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이 영화가 ‘상업 영화’란 것을 일종의 수단으로 이용해 어떤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단 점에 많이 끌렸어요. 물론 좀비란 소재가 한국 영화에 익숙지 않음에도 꽤 자연스럽게 풀어낸 점도 좋았고. 무엇보다 수안이가 나오잖아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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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KTX란 공간이 주는 익숙함이었을 듯하다. 정유미는 실제 KTX 애용자란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소한 사건을 몸소 겪는 역할이라 특별함이 더 했을 듯하다. 더욱이 결혼도 안한 처녀가 임산부로 출연했으니 더욱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됐을 수도 있었다. 박장대소를 하는 정유미의 모습이 유쾌했다.
“맞아요 맞아. 하하하. 저 KTX 되게 자주 이용해요. 개인적으로 지인들과 놀러갈 때도 이용하고 촬영 때도 자주 타고 다녀서 되게 익숙해요. 그런데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KTX가 진짜 달라보이더라구요(웃음). 익숙한 공간이 주는 낯선 느낌이 강해서 저도 놀랐어요. 마지막 촬영 때는 진짜 묘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과연 ‘좀비 영화의 정서가 들어갈까’라고 의심했는데 그게 되더라구요.”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만삭의 임산부로 출연한 점이 아닐까. 수 백 명의 좀비들이 덤벼드는 공간에서 정유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뜀박질을 쉼 없이 했다. 보는 이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았다. 자칫 하면 좀비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의 곁에는 ‘남편’ 마동석이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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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든든했죠. 등에 업혀가는 기분이랄까. 마동석이란 배우는 감성과 이성을 현장에서 잘 나눠 쓰는 배우란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부산행’ 자체가 많은 배우들이 나오고 또 좀비란 장르적 특수성이 있잖아요. 저와 동석 오빠는 사랑이란 얘기도 해야 하고. 이런 난리 속에서 감성을 드러내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해내시더라구요. 또 아주 짧게 호흡을 맞췄는데도 잘 어울려 보여서 다행이에요(웃음). 임산부 분장이요? 무거웠죠. 하하하. 그래서인지 촬영이 끝난 뒤에는 배에 라인이 잡히더라구요. 하하하.”
정유미 역시 처음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연상호 감독에 대한 걱정은 없었단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역 김수안에 대한 호기심과 작품 자체의 재미가 눈에 띄었기 때문.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었다고. 같은 소속사 선배 공유 역시 밝혔던 부분이다. 바로 연상호 감독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신도 꽤 많은 작품을 했었지만 감독을 걱정할 위치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단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기우였단다.
“사실 걱정까지는 아니에요. 그런데 너무 짧게 작업을 하시더라구요(웃음). 진짜로 걱정이 될 정도로 짧게 찍으셨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심할 경우에는 2테이크 정도 만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으니까요. 하하하. 그런데 얼마 안되서 알았죠. 감독님이 콘티를 머리속에 거의 100% 담고 계시더라구요. 편집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촬영하시는 거에요. 기차 안 장면이나 기차 밖 장면이 거의 시간 순서대로 찍었어요. 저도 영화 작업을 하면서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니까요. 감독님? 천재에요. 천재(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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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군단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출연 배우 모두가 너무도 끔찍한 모습의 좀비 연기자들로 인해 ‘혼비백산’한 경험이 여러 번이었을 정도라고. 꽤 강심장임을 자랑하는 정유미도 그들의 외모에는 결코 친근감을 표시하기 힘들었다며 웃었다. 사실 좀 끔찍하고 가까이 하기 꺼려졌다며 웃었다. 아무리 분장이라지만 가까이서 보면 결코 달갑지 않은 외모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우 진짜, 좀 그래요. 하하하. 배우들 모두 화장실에서 한 번씩 마주칠 때마다 소리를 쳤다니까요. (공유도 그랬다는 말을 건내자) 거봐요(웃음). 생각해보세요. 허연 눈으로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어우. 사실 그 분들이 제일 고생을 하셨죠. 그 더운 날에 끈적거리는 피 분장을 하고. 아마 마지막 촬영이었던 거 같아요. 좀비 배우 분들이 분장을 다 마치고 전부 모여서 국민체조를 하는 모습을 봤어요. 와 진짜. 정말 공포스럽더라구요. 다시 생각해도 어우(웃음)”
워낙 발랄하고 털털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분명히 꼽히는 정유미는 즐겁고 또 즐거운 모습이었다. 작품을 할 때만큼은 작품 속에서 숨을 쉴 때만큼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단다. 그게 바로 정유미의 매력이고 또 스스로가 꼽는 배우로서의 매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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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뭘 꼭 해보고 싶다’ 이런 게 없어요. 정말 다 해보고 싶어요. 어떤 목표가 있거나 언제까지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그런 생각은 안해요. 그저 좋아서 영화가 재미있는 게 아니라 힘들 때도 있고 재밌을 때도 있잖아요.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냥 ‘사는 게 이런거구나’란 느낌이 좋아요. 다들 열심히 일하면서 살잖아요.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 열심히 좋아하는 일 하는 순간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