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진 얼룩은 어떻게 지워야 할까. 감정에 생긴 스크래치는 어떻게 덮을 수 있을까.
(사진=인플루엔셜)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에세이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는 9년 넘게 네이버 블로그 ‘설레다의 감성 메모’를 통해 노란 토끼 설토의 일상을 일러스트로 그려 온 작가이자 미술심리상담사인 설레다(최민정)가 다양한 감정들을 키워드로 한 장 한 장 꾹꾹 눌러 쓴 책이다. ‘내 마음 다지치 않게’, ‘그까짓 사람, 그래도 사람’ 등을 통해 괜찮은 척하지만 괜찮지 않았던 마음의 균열들을 어루만졌던 저자는 ‘내 마음도 모르면서’를 통해 ‘감정’을 화두로 111가지의 마음에 대한 단어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마음이 생겨나고 증폭하다 소멸하고 담담해지는 일종의 성장기를 밟아간다. 첫 챕터 ‘슬며시 시작된’에서 마지막 ‘마음도 자란다’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다보면 무언가로부터 시작되고 설레고 상기되었던 마음이 분노하고 외면당하고 지치고 퇴색되었다가 다시 자기 속도를 되찾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11가지의 마음들을 읽어가는 동시에 각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응시하는 여행을 하는 셈이다. “나조차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기에 타인과 더불어 나에게 하는 말”이란 저자의 말처럼 ‘내 마음도 모르면서’는 나를 몰라주는 타인에게 향했던 외침을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 돌리게 만든다.
내 기분, 내 마음이기에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단정하기 쉽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자신의 마음도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다면 상처를 받는 일이, 괴로운 시간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설레다 지음 | 설레다 그림 |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