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윤공주(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워커홀릭이에요. 일하는 게 즐겁죠. 사실 놀 줄 모르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일이 노는 게 됐죠. 뮤지컬은 가무를 하는 거라 이걸 일로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해요”
세상에서 자기일이 마냥 즐거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뮤지컬배우 윤공주는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 소개하면서도 일하는 걸 즐겁게 여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윤공주는 자타공인 ‘즐기는 자’의 경지에 들어선 실력파배우다.
■ 무대가 1번이라 행복한 순간
윤공주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네 번째 참여하고 있다. 2007년, 2008년, 2012년 공연을 거쳐 2018 시즌에도 알돈자를 연기한다.
“이번 공연은 더욱 즐겁게 임하고 있어요. 작품에 대한 깊이라든지 여유가 생겨 느끼는 점이 많죠. 남은 공연들도 아쉬움 없이 잘하고 싶어요. 한 달 남은 공연이 아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이후 지방 공연도 줄줄이 잡혀 있는데 정말 기대돼요.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작품이 주는 본질적인 메시지가 좋아서 감동이 크죠. 좋은 작품이라 항상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꿈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내일의 희망을 갖고 더 힘차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에너지가 있는 공연이다. 그는 더 다채로운 색깔을 갖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던 순간 ‘맨 오브 라만차’ 오디션을 보게 됐다.
“알돈자는 스펙터클한 삶을 살아가는 역할이에요.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소화해보고 싶은 배역이죠. 그래서 2007년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됐어요. 작품 자체가 좋아서 기회가 올 때마다 계속해서 도전했죠. 물론 이번 시즌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보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라든지 작품 자체가 얼마나 좋은지를 알게 됐어요. 스스로도 감동받으며 공연했죠. 이전에는 감동받기보단 감동을 줘야 한다고 믿고 해왔다면, 지금은 스스로 감동받으면서 공연하니까 더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감동받고 있어요”
어떤 작품을 하던 그에겐 언제나 무대가 1번이다. 공연이 주는 감동을 알고 좋은 역할들이 있기에 항상 이것만을 생각하고 달려왔다.
“공연할 땐 행복해요. 물론 정신없어서 그걸 느낄 새도 없지만, 온전히 나를 느끼는 건 커튼콜을 할 때죠. ‘맨 오브 라만차’ 첫 공연 때도 눈물이 터졌어요. 관객 분들한테도 아까운 시간이 아닌, ‘정말 즐거운 시간이 됐구나’하고 느꼈죠. 공연을 잘 마무리한 날이면 가발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편안하고 행복해요”
뮤지컬배우 윤공주(사진=오디컴퍼니 제공)
■ 믿고 보는 윤공주의 ‘알돈자’
알돈자는 윤공주가 이미 수차례나 해왔던 역할이다. 그래서 다년간 연습해왔다는 생각으로 공연에 임한다. 실제로도 그리했기에 표현력에 있어 더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워졌다.
“앞서 했던 공연이라 더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작품도 몇 번의 과정을 통해 더 완성도 있고 명확하게 표현됐죠. 전에는 연출가의 주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표현했던 것 같아요. 내 식대로 연기했죠. 하지만 이제는 명확하게 알아요. 작품의 중심을 알기에 내 안의 ‘둘시네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명확하게 그려냈죠.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꼭 필요했던 과정인 것만은 분명해요. 지금 이렇게 더 잘 표현하려고 예전에 그렇게 열심히 했나보다 하죠. 이제야 알돈자를 100% 이해하고 표현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는 거친 역할을 하고 싶어 다시 한 번 알돈자를 택했다. 전작인 ‘타이타닉’에서 푼수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이번엔 무겁고 정적인 역할을 맡고 싶었다.
“장르의 다양화를 위해 전작과는 조금씩 다른 작품을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알아주는 편이죠. 이전에는 어떤 역할이든 1순위가 되지 못했는데, 2순위라도 어떻게든 역할들을 해내게 됐어요. 길게 보니까 밋밋한 내가 더 좋더라고요. 덕분에 전에 없던 윤공주란 캐릭터가 완전히 나만의 색깔이 됐죠”
그에게도 알돈자만큼 극한의 상황은 아니지만 절실한 순간들이 있었다. 되짚어보면 세상과 마음의 문을 닫은 적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뭔가에 치이고 상처받는 순간들도 있었죠. 하지만 다시 또 노력하고 해내고 나니 희망이나 꿈은 있다고 느껴져요. 도전하면 이뤄지는 걸 알게 돼 알돈자를 연기하면서 누구나 내 안에 둘시네아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덕분에 깊이 있는 알돈자가 탄생했다. 윤공주의 알돈자는 오랜 시간 연마하고 단련돼온 진실한 깊이가 있다.
“내가 하는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해요. 작품 안에 녹아나는 배우이고 싶죠. 그러려면 정말 잘해야 돼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하죠. 특히 무대 위에서는 나보다 역할이 더 드러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가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정말 좋아서 뮤지컬배우를 하고, 그게 노는 것만큼이나 좋다.
뮤지컬배우 윤공주(사진=오디컴퍼니 제공)
■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배우
“사실 어렸을 땐 끼가 없었어요. 오히려 낯가리고 눈치도 많이 보는 아이였죠. 뭔가를 나서서하지 않는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오디션도 잘 못 봤죠. 그럼 항상 떨어졌어요. 그럴 때 슬럼프가 오지 않았을까 해요. 그래도 일을 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정표현에 있어 솔직해지고 점차 긍정적으로 바뀐 건 많죠. 대단한 걸 누리는 삶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것에 감사해요”
뮤지컬배우라는 게 누구나 그렇지만 그는 공연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치열하게 연습하는 시기를 겪기에 뒤이어 찾아오는 즐거움의 열매는 더 달다.
“20대 땐 공연을 잘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부담도 많이 됐어요. 하지만 무대 위에선 좋았죠. 지금은 그때보단 여유가 생겨서 더 즐겁게 누리며 할 수 있어요. 공연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부분도 이제는 생활이 됐죠. 일이 일로 안 느껴져요. 재밌으니까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 그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그는 공연하는 자체가 행복하다. 하지만 그 순간은 긴장하고 임해야 한다. 관객이 함께 호흡해주는 걸 느끼는 순간에는 스스로 더 집중하곤 한다.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어요. 관객 분들이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연장을 찾아주는 만큼 아까우면 안 되잖아요. 공연 관람을 통해 알돈자가 둘시네아가 되듯 삶에 있어 꿈을 더 꾸게 되는 그런 전환점이 됐으면 하죠. 모쪼록 관객 분들이 큰 감동을 받고 삶에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그는 ‘맨 오브 라만차’라는 작품이 꿈을 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듯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꿈을 꾸고 노력하면서 하나씩 이뤄갈 수 있다는 걸 지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알돈자를 통해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부딪치고 또 싸우고 이겨가며 많은 것들을 느꼈죠. 우리는 다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꿈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죠. 물론 좋은 배우가 되려면 나부터가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