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거침없이 하이킥’과 ‘돌아온 일지매’. 배우 정일우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두 작품이다. 각각 정일우의 데뷔작과 그 차기작이었던 두 작품은 각각 시트콤과 사극으로 전혀 상반된 장르. 그 안에서 정일우는 자신의 대표적인 키워드를 유지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 년 후, 군대까지 다녀온 정일우는 사극을 다시 한 번 택했다. 현재 정일우는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서 연잉군 이금을 연기하는 중이다. 이번 사극은 정통 사극이면서도 PD로부터 “현대극처럼 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작품. 이에 정일우는 그간의 사극 내공을 모으고 모아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정일우가 지금까지 연기한 사극 속 캐릭터들은 묘한 공통점들이 있다. 과연 어떤 것들일까. 알고 보면 연잉군 이금이 더욱 흥미롭게 보일 정일우의 사극 세 편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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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천반귀의 시작이었나, ‘돌아온 일지매’
‘돌아온 일지매’(2009)는 정일우가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차기작으로 택한 작품이다. 태어나자마자 매화가지 아래 버려졌던 아이가 평민들을 구하는 의적에서 나라의 운명을 수호하는 전설적인 영웅으로 변모하는 일지매의 활약상을 담았다.
재미있는 점은 극 중 정일우가 연기한 일지매가 ‘해치’ 속 연잉금 이금과 묘하게 닮았다는 사실이다. 일지매는 참판까지 벼슬에 오른 아비와 노비였던 어미 사이에서 서자로 태어났다. 연잉금 이금 역시 조선 제19대 왕 숙종과 무수리 사이에서 태어난 ‘반천반귀’ 왕자다. 연잉군 이금이 상처받은 마음을 거칠게 표현하는 모습이나 정의를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면 정일우의 데뷔 초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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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를 품은 달’로 본 캐릭터의 반전
한 번의 시트콤과 한 번의 사극을 겪은 정일우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다소 가벼운 톤에 도전하며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그리고 다시 택한 사극은 지금도 여전히 화제작으로 기억되는 ‘해를 품은 달’(2012)이다. 당시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했다.
‘해를 품은 달’은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과 비밀에 싸인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궁중 로맨스 드라마다. 한가인과 김수현이 주연을 맡았으며, 정일우는 왕위 계승 서열 1순위의 왕자이지만 풍류남아의 면모를 지닌 양명으로 분했다. 양명은 얼핏 허허실실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으로는 자유를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한 인물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양명은 극 초반 살짝 보여준 코믹하고 자유로운 모습, 아버지와 아끼는 동생 등을 잃고 오열한 연잉군 이금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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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꾼 일지' 너 마저...이 정도면 타고난 기구한 운명
‘해치’를 비롯해 정일우가 택한 이전의 사극들이 정통파였다면, ‘야경꾼 일지’(2014)는 판타지와 사극이 결합한 퓨전극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야경꾼 일지’는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극 중 정일우가 맡은 이린 역시 연잉군 이금처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 이린은 왕위 계승 1순위였으나, 선왕 아버지가 질투심과 광기에 사로잡혀 중전이었던 모친을 해치고 급작스럽게 승하하는 바람에 졸지에 고아가 됐다. 다만 ‘야경꾼 일지’는 판타지가 가미된 만큼 정일우는 선글라스도 쓰고 꽃무늬 도포 등을 입으며 파격적인 코믹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