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담 제공)
(사진=지담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오랜만에 지상파에서 제대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 드라마가 나타나 반갑다. ‘닥터 프리즈너’는 다른 작품과 별다를 바 없는 소재와 배경을 탁월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첫인상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작품이 최근 막장과 흔한 장르물로 점철됐던 지상파 드라마를 구원해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지난 20일 오후 첫 방송한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극본 박계옥, 연출 황인혁·송민엽)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남궁민)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치는 드라마다.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메디컬 장르지만 감옥을 배경으로 하며 신선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악을 ‘선’으로 처단하는 게 아니라 ‘악’으로 받아치는 주인공을 내세우며 기존의 틀을 깼다. 드라마가 지켜야 할 선과 통쾌함을 잘 조율해 나간다면 새로운 재미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하다.

이날 방송에서는 나이제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그려졌다. 이전의 나이제는 꼼수와 편법 뒤로 숨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정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현재는 그와 달리 대놓고 교도소에서 ‘수작’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나이제는 병원 이사장 아들인 이재환(박은석)으로 인해 아끼는 이들의 죽음과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맛봤다. 이후 나이제는 복수를 하기 위해 교도소 의료과장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리고 극 후반부에서는 여기에서 근무하는 선민식(김병철)과도 심상치 않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이 언급됐다.

(사진=KBS 화면 캡처)
(사진=KBS 화면 캡처)

우선 간결하고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첫 장면부터 시원시원하고 임팩트가 있었다. 오정희(김정난)가 심정지가 올 수도 있는 상황도 감수하며 교도소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은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형 집행중지 제도를 이용하는 세태를 한눈에 보여줬다. 

내용의 이해가 쉬우니 몰입도 역시 좋았다. 나이제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고 싸늘하게 말하는 장면 뒤로는 바로 이재환의 모습이 나와 두 사람이 원한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이전의 나이제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런 나이제가 왜 이재환과 악연으로 엮였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더 나아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는 이재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과거의 나이제와 달리 전세가 역전된 상황. 긴장감과 통쾌함이 공존한 첫 회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남궁민이야 믿고 보는 배우의 수식어가 여전함을 증명했고, 특히 기대가 되는 배우는 박은석이다. 박은석이 보여준 안하무인 행태와 분노 조절을 하지 못 하는 폭주는 시청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실감나고 빈 틈 없는 연기를 보였다는 뜻이다.

다만 좋게는 드라마틱한, 나쁘게는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오정희가 아무리 부유층이라고 한들 수감된 상태에서 수많은 알람시계를 사용하고 비타민을 복용하고 또 선탠 등을 하는 행동은 의아함을 자아냈다. 병을 만들어내는 불법행위가 교도소 안에서 대놓고 일어난다는 것 또한 믿기 힘든 부분이었다. 이재환이 응급수술 중인 수술방에 막무가내로 들어온 상황도 ‘실제로도 저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나이제가 지닌 원한 관계가 다소 상투적인 것도 사실이다. 재력에 의해 자신이 아끼는 이들을 살리지 못하게 된 상황과 그에 따른 죄책감과 원망 등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소재.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나이제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악을 ‘악’으로 처단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답답한 상황을 겪은 나이제가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 한 ‘악’을 그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듯하다.

(사진=지담 제공)
(사진=지담 제공)

전체적인 시청자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장르에 반가워하는 시청자들과 남궁민에 대한 신뢰가 높은 이들이 많다. 여기에 드라마에 확 몰입하게 만든 긴장감에 대한 호평도 상당하다. “1회 끝났는데도 여운이 있다” “한 시간이 빠르게 갔다” “채널 돌리면서 잠깐 보려다가 계속 봤다”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 나왔다” 등 의견이 주를 이룬다. “박은석의 연기를 보며 너무 화가 났다” 등의 목소리도 있는데 이 또한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내용에 빠져들었다는 증거다.

이에 힘입어 ‘닥터 프리즈너’는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 8.4%, 9.8%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드라마인 SBS '빅이슈'와 MBC '봄이 오나 봄'보다 세 배 가까운 차이다. 드라마가 놓인 상황 역시 희망적이다. ‘빅이슈’는 첫 방송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닥터 프리즈너’와 또 다른 방식으로 영화 같은 영상미와 흥미로운 소재를 담아냈다. 하지만 묘하게 부족한 매력 탓에 시청자들을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다. 

MBC에서는 ‘봄이 오나 봄’이 1~2%대의 암담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종영 근처까지 왔다. 후속으로는 은행을 배경으로 한 권력싸움을 다루는 ‘더 뱅커’가 방송한다. ‘더 뱅커’의 내용이나 출연진에는 미니시리즈 특유의 젊고 트렌디한 느낌은 없어서 ‘닥터 프리즈너’와는 다른 결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첫 방송부터 ‘대박 예감’을 이끌어낸 '닥터 프리즈너'가 수목극 1위를 끌고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볼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