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히기에 나선 SK하이닉스와 반전을 위해 출격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진격 중이다. 두 회사는 경쟁 구도의 중심추를 맞춰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대장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황. 현 시점에 반도체주 투자를 고심하는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 어떤 종목이 더 나을까.
■ 글로벌 1위 SK하이닉스의 '견고함'
반도체 섹터의 대장주 역할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우상향 중인 SK하이닉스다. 불과 3년 전 SK하이닉스에 대한 증권가의 평균 목표주가는 15만원대였다. 하지만 현 주가는 이를 두배 이상 뛰어넘었다. 반면 같은 시기 고개를 들었던 10만전자 시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일을 제외하고는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상승률만 28%에 육박한다. 15일 장중 34만1500원 신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7월 30만원선을 터치하며 고공행진 중이던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골드만삭스 보고서였다. 골드만삭스는 HBM 산업 내 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내년 HBM 가격이 두자릿수 비율로 하락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떨어뜨렸다. 보고서가 나온 당일 하루새 9%가 빠질 정도로 투자 심리는 크게 흔들렸다.
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과 확산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높은 성장성을 지속할 것”이라던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6세대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는 소식을 내놓으며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굳혀갔다.
시장 평가는 우호적이다. 이미 HBM시장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경쟁력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가 실렸다. 류형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ASIC(주문형 반도체)업계는 자사의 반도체 성능 극대화를 추진 중이고 SK하이닉스 제품이 업계 레퍼런스로 우선 확보되고 있다”며 “고객사 내 1등 지위는 2026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바닥 찍은 삼성전자, 10조 이익 복귀 기대감
장기 침체기를 겪었던 삼성전자도 최근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지난 6월 말 6만원대를 턱걸이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두달간 반등하며 7만7000원선까지 올랐다. 특히 최근 한달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178만주, 970만주 가량 사들이며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달 1조원 이상 순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삼성전자 주식 샀다.
업계가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원. 지난 2분기 4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가 저점을 통과하면서 10조원대 이익을 달성한다면 1년 3개월 만의 복귀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HBM4에 한단계 앞선 10나노미터급 6세대(1c) D램과 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도입 등 반격에 나섰다. 집적도와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감소시켜 데이터 처리 속도를 향상시켰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수율 안정에 성공하면 내년 엔비디아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서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올해 HBM3E에서 지적됐던 발열 문제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D램 생산력 감소에 따른 범용D램 공급난 심화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경쟁사들이 HBM4 생산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버의 메모리 교체 주기가 고래하며 발생한 범용 D램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범용D램과 최신 HBM의 풍부한 생산능력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내년 D램 공급 부족의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봤다.
■ "차익실현 일러...소부장도 '관심'"
그렇다면, 현 시점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포지션은 어떻게 해야할까.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이 각기 다른 요인에 따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투자 시장의 축을 이끌어갈 것이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에 베팅한다.
A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삼성전자는 외국인 보유비중이 여전히 50% 초반임을 감안할 때 밸류에이션 정상화 과정에서 HBM 승인까지 확보된다면 상승 환경은 확고해질 수 있다”며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이 엔비디아향 공급을 시작하더라도 단기간 내 경쟁력을 위협받지는 않을 것 같다. 이들 종목을 보유 중인 투자자라면 차익실현보다는 보유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다른 운용역은 “AI거품론이 걷히고 이들이 시장에서 여전히 탄력적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도 저점대비 상승폭이 크지만 단기 피로로 인한 조정시 내년까지 시장 확대를 감안한 접근법은 유효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