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아오리라멘 가맹점 오픈을 기념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승리 SNS)
[뷰어스=추승현 기자] “제가 실수하게 되면 그 많은 분들이 월급 못 받게 되니까 책임감이 막대하죠”
승리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믿고 일하는 직원들을 보고 한 말이다. 결국 그의 말처럼 승리 사태로 인해 ‘승리 라멘집’으로 알려졌던 아오리의 행방불명(이하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아오리라멘을 찾는 손님들이 잦아들면서 매출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오리라멘 가맹점들의 하루 매출액이 70% 이상 떨어졌고, 휴업에 들어간 가맹점들까지 속출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대중이 가늠하는 것보다 점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더욱 살얼음판이다.
26일 낮시간, 서울 대학가에 위치한 아오리라멘 가맹점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손님 없이 한산했다. 매장 매니저 A씨는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정도는 떨어졌다”며 승리 사태를 확연히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사태가 벌어진 1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뉴스에 나온 것처럼 우리도 매출이 급락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손님이 많았다. 최근에는 매장 앞에서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군거리다가 다시 돌아가는 손님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급기야 일부 가맹점주들은 승리와 선 긋기에 나섰다. 아오리라멘 신림점은 지난 22일 공식 SNS에 “전 빅뱅 승리와 신림점과는 전혀 무관한 관계임을 알려드린다. 항상 맛 좋은 라멘을 손님께 제공하는 신림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글을 게재했고, 부평점 또한 지난 24일 “저희 매장은 승리 씨와 전혀 친인척 관계가 없는 순수가맹점으로, 클럽 버닝썬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매장이다”고 밝힌 상황.
이렇게 직접 나서서 매출 급락을 막으려는 가맹점주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조심스러워하는 가맹점주도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 지점을 운영중인 B씨는 “직접 언급함으로써 또 한 번 이야기가 돌면서 영향이 있을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승리 사태 때문에 영향을 받는 가맹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온도차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같은 날 경기도에 위치한 아오리라멘 가맹점으로 찾아가 봤다. 5명 정도의 손님이 있었고 점심 식사를 하는 약 1시간가량 동안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이 가맹점의 직원 C씨는 “승리 사태 때문에 특별히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며 “아마도 회사 밀집 지역에 있다 보니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에 많이 찾아온다. 평소와 매출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오리라멘(사진=추승현 기자)
물론 손님들의 연령대와 가맹점의 위치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는 달랐다. 하지만 승리 여파로 가게 이름이 좋지 않은 일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승리는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에 아오리라멘 1호점을 오픈하고 국내 44개, 해외 9개 등 총 53개의 매장을 운영했다. 그 중 승리 가족이 청담 본점과 홍대, 명동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 또한 잠실새내점의 점주였다.
이처럼 승리와 그의 친인척, 지인들까지 아오리라멘과 연관이 있는 탓에 소비자들에게는 ‘승리 라멘집’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아오리라멘 측은 “기존 가맹점주 및 아오리라멘 브랜드 보호를 위해”서라며 승리의 사임 후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리홀딩스와 파트너였던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대표가 아오리라멘의 신임대표인 점에서 여론은 싸늘하다.
급기야 아오리라멘 측은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위해 대책 회의를 열고 1차적인 보상 방안을 제공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아오리라멘 측이 전국 가맹점에 평균 3000만 원의 가맹비를 환급해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회사와 점주들 간 소송도 이어질 것이란 보도가 쏟아진다. 오너들의 개인 비리로 인해 가맹점주들이 받는 피해를 배상할 수 있는 오너리스크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기 때문. 다만 아오리라멘 가맹점의 경우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계약을 맺어 실질적인 구제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법인에서 가맹사업을 하는데 오너 개인의 일탈이 사실상 법인의 행위로 인정되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