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친숙하지만 때로는 낯선 행동으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택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평범한 소시민부터 전설의 마약왕까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놀라운 스펙트럼을 가진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서 온 가족이 부업에 매달리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가장과 속수무책으로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절박한 남자의 모습을 소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이끌어간다. 특히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이고, 만화 같은 기택의 말투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성격을 단번에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구나’ 같은 연극적인 대사들은 대본에서부터 표현된 것이다. 나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 반지하방으로 빨리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기택이라는 인물의 야심이나 욕심이 번뜩였으면 뒤에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마치 연체동물처럼 기택을 표현했고, 그것이 클라이맥스 반전을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과 입체감을 전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독특한 말투가 단순히 웃음을 위한 장치는 아니었다. 진지한 상황에서 튀어나와 웃음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경제적 격차가 있는 두 가족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현대 사회를 풍자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특별한 대사의 재미를 신경 쓰지는 않았다. 시퀀스의 리듬감이 독특하고 재밌었던 것 같고, 칸에서도 그 부분에서 정확하게 반응을 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일반 코미디에서 오는 유머가 아닌 영화적인 유머를 담으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이 두 가족을 통해 담아낸 한국 사회를 향한 시선도 돋보인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양극화는 물론, 박 사장네 가족이 쌓은 부의 공허함 등 계급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들여다보면 각 캐릭터들의 인생이 다르지 않다. 또 기택도 특정 캐릭터의 뒤를 따르지 않나. 그게 인생인 것 같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공감은 물론, 기택 가족으로 나온 아내 충숙(전혜진 분)과 기우(최우식 분), 기정(박소담 분) 남매와 함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원톱 주연이 아닌 기택 가족과 박 사장 가족이 모두 주인공이었기에 책임감을 덜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이런 작품은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협업을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더라. 다른 영화에서도 좋은 분들이 많이 만났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됐었다. 박소담은 ‘사도’에서 잠깐 만났고, 장혜진도 ‘밀양’에서 잠깐 본 적이 있다. 실제로는 모두가 다 처음이었다. 이정은 씨도 ‘변호인’이 있었긴 했지만 길지 않았다. 궁금하기도 하고, 그 많은 배우들이 나왔지만 너무 잘 적응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지금도 박소담과 최우식은 아버지라고 부른다. 현장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하다.” 특히 반지하 세트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배우들은 해당 세트장 마지막 촬영에서는 유독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송강호는 박소담이 카메라 밖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남다른 감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반지하 세트장 마지막 촬영은 밤 신이었다. 그래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실제로 박소담이 먹먹해 했다. 그 집이 없어진다는 것 때문에 눈물을 흘리더라. 내 장면을 촬영 중이라 박소담은 밖에 있는데 출연 배우조차 먹먹함을 느끼니까 감정이 남다르더라.” 송강호는 ‘기생충’ 역시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당부했다. 영화의 반전 결과에도 봉준호 감독의 따뜻한 시선만은 살아있다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 강조했다. “결말은 봉 감독이 창작자로서 마무리를 지어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열렸다는 표현보다는 관객들에게 판단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이 아닌 공생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어떻게 보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어떤 분들은 슬픔으로 다가올 수 있고, 슬픔 보다는 희극적인 모습으로 느낄 수 있다. 내게는 결말이 슬프기도 하고 희극이기도 했다. 복합장르의 복합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창조물인 것 같다.” ②편으로 이어짐

[마주보기①] 송강호가 설명한 ‘기생충’의 의미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6.04 10:48 | 최종 수정 2138.11.09 00:00 의견 0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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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친숙하지만 때로는 낯선 행동으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택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평범한 소시민부터 전설의 마약왕까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놀라운 스펙트럼을 가진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서 온 가족이 부업에 매달리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가장과 속수무책으로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절박한 남자의 모습을 소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이끌어간다. 특히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이고, 만화 같은 기택의 말투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성격을 단번에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구나’ 같은 연극적인 대사들은 대본에서부터 표현된 것이다. 나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 반지하방으로 빨리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기택이라는 인물의 야심이나 욕심이 번뜩였으면 뒤에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마치 연체동물처럼 기택을 표현했고, 그것이 클라이맥스 반전을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과 입체감을 전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독특한 말투가 단순히 웃음을 위한 장치는 아니었다. 진지한 상황에서 튀어나와 웃음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경제적 격차가 있는 두 가족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현대 사회를 풍자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특별한 대사의 재미를 신경 쓰지는 않았다. 시퀀스의 리듬감이 독특하고 재밌었던 것 같고, 칸에서도 그 부분에서 정확하게 반응을 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일반 코미디에서 오는 유머가 아닌 영화적인 유머를 담으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이 두 가족을 통해 담아낸 한국 사회를 향한 시선도 돋보인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양극화는 물론, 박 사장네 가족이 쌓은 부의 공허함 등 계급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들여다보면 각 캐릭터들의 인생이 다르지 않다. 또 기택도 특정 캐릭터의 뒤를 따르지 않나. 그게 인생인 것 같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공감은 물론, 기택 가족으로 나온 아내 충숙(전혜진 분)과 기우(최우식 분), 기정(박소담 분) 남매와 함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원톱 주연이 아닌 기택 가족과 박 사장 가족이 모두 주인공이었기에 책임감을 덜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이런 작품은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협업을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더라. 다른 영화에서도 좋은 분들이 많이 만났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됐었다. 박소담은 ‘사도’에서 잠깐 만났고, 장혜진도 ‘밀양’에서 잠깐 본 적이 있다. 실제로는 모두가 다 처음이었다. 이정은 씨도 ‘변호인’이 있었긴 했지만 길지 않았다. 궁금하기도 하고, 그 많은 배우들이 나왔지만 너무 잘 적응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지금도 박소담과 최우식은 아버지라고 부른다. 현장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하다.”

특히 반지하 세트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배우들은 해당 세트장 마지막 촬영에서는 유독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송강호는 박소담이 카메라 밖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남다른 감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반지하 세트장 마지막 촬영은 밤 신이었다. 그래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실제로 박소담이 먹먹해 했다. 그 집이 없어진다는 것 때문에 눈물을 흘리더라. 내 장면을 촬영 중이라 박소담은 밖에 있는데 출연 배우조차 먹먹함을 느끼니까 감정이 남다르더라.”

송강호는 ‘기생충’ 역시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당부했다. 영화의 반전 결과에도 봉준호 감독의 따뜻한 시선만은 살아있다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 강조했다.

“결말은 봉 감독이 창작자로서 마무리를 지어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열렸다는 표현보다는 관객들에게 판단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이 아닌 공생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어떻게 보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어떤 분들은 슬픔으로 다가올 수 있고, 슬픔 보다는 희극적인 모습으로 느낄 수 있다. 내게는 결말이 슬프기도 하고 희극이기도 했다. 복합장르의 복합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창조물인 것 같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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