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떡에 소시지를 끼운 ‘소떡소떡’ 제품의 디자인 특허를 가진 ‘보부아이앤에프(INF)’와 그 특허권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맛정’ 양사 간 분쟁이 계속 되고 있다. 한때는 협력업체 관계였던 양측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고, 장애인표준사업장 맛정은 장애인을 대동해 시위에 나서고 있다. 뷰어스는 보부INF와 맛정 측이 직접 나눈 통화녹취, 양사 대표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양측 입장을 취재했다.
 
(사진=뷰어스)특허소송중인 국민간식 소떡소떡
(사진=보부INF)특허 소송중인 국민간식 소떡소떡

■ 특허권 소유 ‘보부’ vs 특허권 무효 주장 ‘맛정’

구멍 뚫린 떡에 소시지를 끼운 모양의 ‘소떡소떡’은 방송인 이영자를 통해 알려지면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이 인기를 끌자 소유권 다툼이 시작됐다. 현재 꼬치의 디자인 특허는 현재 보부INF의 것이다. 맛정은 보부INF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고 납품하는 업체다. 보부는 이 소떡소떡을 유명 편의점 A사 등에 납품했다. 문제는 보부INF가 가진 특허 제품을 맛정이 우리F&F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 보부 측 허락 없이 다른 편의점 B사에 납품하면서 시작됐다.
보부 측은 ‘명백한 특허 침해’라고 주장하며, B사 측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그제야 특허권이 보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사는 납품을 중단시켰다.
이에 대해 현재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보부INF 김태영 대표는 “우리 회사 R&D 연구원이 ‘구멍 뚫린 떡에 소시지를 끼우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 자리에 있던 영업사원이 맛정에 해당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문의했다”며 “특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것이 가장 중요하게 인정받는 것이고, 맛정은 우리 R&D팀 아이디어를 받아 생산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보부INF는 2018년 추석 직전 맛정을 방문해 특허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 자리에서 맛정의 박 회장은 “특허 내면 좋다. 우리가 위탁 생산하는 상품이니까 같이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맛정 측은 원천 기술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주장하며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냈다. 맛정 박수길 회장은 “내 별명이 떡 박사다. 소떡소떡의 원천 기술은 내가 가지고 있다. 유통하는 회사인 보부INF가 떡에 대해서 뭘 알겠나”라며 관련 서류를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맛정 박수길 회장은 막상 보부INF와의 통화에서는 “보부는 나의 은인이며, 우리가 보부의 뒷통수를 쳤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용은 박 회장이 맛정의 특허권 침해로 편의점 B사로 납품이 중단된 후 보부 측과 통화한 내용이다.
이 통화에서 박 회장은 “내가 B사를 들어가면서 배신 때린 거잖아. 뒤통수를 맞은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겠지만”이라고 말한 뒤 “이런 계기로 더 돈독해지고, 또 그런 일이 재범(재발)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보부INF는 맛정 측을 상대로 계약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디자인 특허 침해 등 세 가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시시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사진=맛정 홈페이지) 장애인표준사업장 맛정
(사진=맛정 홈페이지) 장애인표준사업장 맛정

■ 장애인 앞세운 맛정 박수길 대표, “장애인은 X신” 발언 논란

취재 과정에서 뷰어스가 보부INF로부터 입수한 녹취에는 박수길 맛정 회장의 음성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맛정의 박 회장은 보부 측이 자신들의 ‘소떡소떡’ 특허권이 침해당한 것에 항의하자 “우리 장점이 있다. 우리 병X들이 만드는 건데 병X들 것 좀 팔아달라고”이라고 장애인을 ‘X신’이라고 지칭했다. 명백한 장애인 비하 발언이다.
또 다른 녹취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장애인들에게 월급을 그냥 주고 있다. 장애인들 생산성을 가지고 자기 벌이를 못한다. 그걸로 관공서나 군부대, PX 등에 영업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들을 ‘벌이도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우대하는 관공서 등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밝힌 셈이다.
이에 대해 맛정의 박수길 회장은 뷰어스와 통화에서 장애인을 ‘X신’으로 비하하고 ‘밥벌이도 못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다만 보부INF 측과 갈등을 빚어 흥분한 상태에서 발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발언을 직접 들은 보부INF 측은 특허 침해를 떠나서 맛정 측의 비도덕적인 행태에 실망하고 있다. 보부INF 김태영 대표는 “맛정 측과 거래를 중단할 때 내부적으로 회의도 했는데, 장애인 자녀를 둔 임원이 장애인을 ‘X신’이라고 표현한 맛정 측을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보부INF)지난 7월 3일 보부하이테크 앞에서 시위 중인 맛정 직원들
(사진=보부INF)지난 9월 3일 보부하이테크 앞에서 시위 중인 맛정 직원들

■ 보부INF “명백한 업무방해” vs. 맛정 “장애인 생존권 시위”

맛정 측은 지난 3일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보부하이테크’라는 회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보부하이테크는 보부INF 김태영 대표의 장인이 운영하는 회사로,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시위 장소를 두고 보부INF의 김 대표는 “보부하이테크는 지분 하나 섞인 게 없다. 단지 장인께서 ‘보부’라는 이름을 같이 쓰길 바라셔서 보부INF라고 지었을 뿐”이라며 “맛정은 식품회사인데 엉뚱하게 반도체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며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맛정의 박 회장은 “보부하이테크 안에 보부INF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