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자료=애경)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생활용품보다 화장품사업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던 애경산업이 다시 생활용품 기업으로 복귀하는 모습이다. 8년 전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가 큰 인기를 끌며 뷰티기업으로 자리를 굳힌 듯 했지만 올 3분기 화장품사업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반 이상 줄었다.
해당 브랜드 제품 ‘에센스 커버팩트’는 피부에 촉촉한 광을 내는 제형으로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되면서 오히려 마스크에 잘 묻어나는 제형으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522억원, 영업이익 82억원, 당기순이익은 45억 원에 그쳤다. 작년 동기 대비 11%, 44.7%, 56.9% 줄어든 것이다. 특히 화장품사업 부문 매출액이 471억원, 영업이익 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 65.1% 줄어든 수치를 보이며 실적 하락 폭을 늘렸다.
애경산업은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에 화장품 사업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해당 브랜드가 애경의 화장품사업 부문에서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화장품사업 실적 부진은 에이지투웨니스의 부진이라고 볼 수 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지난 2013년 론칭 후 빠르게 성장해 2015년 애경의 화장품매출이 생활용품 매출을 추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에센스 커버팩트는 일명 ‘견미리 팩트’라는 애칭을 얻으며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해당 제품은 2013년 3500억원 대였던 애경산업 매출을 2019년 7000억원으로 두 배 불리는 데 큰 몫을 했다는 게 전문가 등의 의견이다.
잘 나가던 이들의 화장품사업이 코로나19 타격을 강하게 맞은 이유는 제품의 다양성 부족으로 볼 수 있다. 주력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는 매출이 대부분 팩트 등 색조 화장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색조 화장품 소비는 줄었으나 기초제품에는 소비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타 화장품 기업들은 색조에서 빠진 매출을 기초제품으로 상쇄시키고 있으나 애경은 그러지 못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실적 부진에 애경산업은 해외 채널 다변화로 실적을 견인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외 채널에 집중하기보다 제품 개발에 신경 쓰는 게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