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적자를 면치 못 한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을 공식화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IPO(기업공개) 절차를 본격화 한 것이다. 쿠팡은 그간 차별화된 전략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 판도를 바꾼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장으로 대규모 실탄을 확보한 이후에는 이들이 또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의 움직임이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짚어보자.-편집자주-
쿠팡 김범석 의장(자료=쿠팡)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이 국내 증시가 아닌 뉴욕 증시를 택한 이유를 두고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증시를 버렸다는 국수주의적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의 선택이 기업 입장에서 최선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차등의결권이 결정적으로 쿠팡의 선택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가 적은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타트업 창업주가 IPO를 거치면서 지분율이 적어지게 되고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 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혁신을 거듭해 더 나은 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지만 경영권 확보에 관심이 쏠려 경영에 소홀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처럼 차등의결권은 긍정적 효과도 물론 있지만 창업자의 독단 경영을 야기할 수 있다는 단점 또한 품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가 허용하는 차등의결권에 따르면 창업주가 1주 당 29의결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쿠팡 창업주 김범석은 보유 주식의 29배 의결권을 갖게 된다. 보유 지분이 적더라도 의결권을 많이 가질 수 있어 경영권을 확고하게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스타트업 창업주가 마음 놓고 기업의 성장 전략에만 힘 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오너를 견제할 세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독단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처럼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오너 입장에서는 차등의결권 혜택을 누리는 게 좋은 건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아직 1주 당 10의결권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다. 때문에 쿠팡이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상장한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에서 들려오는 쿠팡의 뉴욕 증시 선택 이유로는 기업가치 평가도 있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쿠팡은 30~55조원대로 기업가치를 평가 받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적자기업이라는 낙인 때문에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쿠팡의 매출은 지난해 13조2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15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광폭적인 투자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 했던 것은 사실이라 국내 증시 입성은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쿠팡의 이번 뉴욕 증시 입성 움직임은 국내 시장에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주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차등의결권 허용에 관한 약속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품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단순 수치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한 기업이라도 꾸준한 투자와 혁신으로 단숨에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