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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 사옥 전경(사진=중흥건설)
중흥건설이 결국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다.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재입찰 등으로 잡음이 일었으나 중흥건설은 결국 첫 입찰에서 제시한 2조3000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대우건설을 사들이게 됐다.
5일 대우건설 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이 자금 조달계획 등에서 본계약까지 끝낼 가능성이 높다고 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최종인수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중흥건설이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서 제시한 2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 가량 낮은 2조 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본입찰에서 1조8000억원을 제시한 뒤 이번 가격 조정에서 2조원 안팎으로까지 가격을 올려 제시했다. 이번 재입찰을 통해 양 측의 가격차이는 크지 않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입찰 요건을 충족한 어느 제안자가 가격 및 비가격조건 일부에 대해 수정 제안을 해와서 다른 제안자에게 기제출한 제안 조건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수정 요청을 한 제안자(중흥건설)은 가격 조건 뿐만 아니라 조정 사유, 실사 이후 발견 사항에 대한 손해 배상 등 비가격조건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다”고도 덧붙였다. 중흥건설의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정당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매도자(KDB인베스트먼트)는 원하지 않지만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원매자에게 있음을 매각 공고에 기술했다”며 “이 매각을 진행하면서 사전 입찰 공고, 예비입찰 등이 없이 실시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흥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지정되긴 했으나 인수까지 넘어야할 산은 있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 규모다. 지난 2017년에도 대우건설 공개매각 당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자대상자로까지 선정됐으나 해외 사업장 부실이 드러나 결국 인수 철회를 선언했다. 대우건설의 수주잔고는 38억원으로 이 중 해외사업 수주잔고는 8억원이다.
그러나 이번 매각에서는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을 국내 주택 사업으로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과정에서 절차를 두고 안팎에서 잡음이 나왔으나 결국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본입찰을 앞두고 호반건설의 인수전 참여 소문 등이 돌자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시장가인 2조원보다 3000억원을 더 써냈다. 이후 중흥건설은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1대1 구도가 확인되자 가격 인하가 없다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까지 드러냈다. 매각 성사의 의지가 컸던 KDB인베스트먼트는 결국 중흥건설의 배수의진 전략에 움직임을 보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차례 해외사업 부실 등의 문제로 인수가 불발된 사례가 있는 만큼 중흥건설도 다 판단을 하고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라며 "중견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으로 호실적을 낸만큼 해외 사업 손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