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리는 쓰레기도 줄이고 자원도 절약할 수 있는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계에선 패각, 제철부산물, 폐전지, 폐플라스틱 등 버리면서도 골치였던 폐기물에서 필요한 원료를 뽑아내거나 재공정을 거쳐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공해의 원인이었던 폐기물들의 쓸모 있는 변신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포스코의 광양·포항 제철소는 단일 제철소 기준 각각 세계 1~2위를 차지할만큼 철강 생산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양도 많아 2018년 기준 2423만 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생산공정은 연·원료인 철광석과 석회석, 원료탄을 가지고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각 공정에서 다양한 철강 부산물이 발생한다. 제철부산물의 종류는 더스트, 슬래그, 슬러지, 밀스케일 등이 있다. 대표적인 부산물은 슬래그다.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분리하고 남은 물질인 슬래그는 포스코 부산물 발생량 중 약 80%를 차지한다. ​ ■ 제철부산물이 친환경 시멘트로 포스코와 쌍용 C&E(구 쌍용양회)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제철부산물 사용확대 및 이를 활용한 친환경 시멘트를 개발하고 있다. 슬래그는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고로슬래그와 제강슬래그로 구분된다. 고로슬래그는 고로가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암석 성분의 뜨거운 용융슬래그다. 이를 밀폐된 설비에서 고압의 물을 분사해 급속 냉각시켜 제조하면 모래 형상의 수재슬래그가 된다. 철 1톤을 생산할 때 슬래그는 약 500kg 정도 발생하는데 고로 수재슬래그를 석회석 대신 사용해 친환경 시멘트를 만들 수 있다. 시멘트의 주원료이자 천연자원인 석회석 대신 슬래그 사용 비율을 높이면 석회석 사용량을 45%가량 절감할 수 있다. ​ 수재슬래그는 국내외로 환경안전성과 성능을 인정받아 국내에서는 연간 약 1700만톤이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다. 그중 포스코의 수재슬래그는 지난해 1069만톤이 활용됐다. 다만 건설비수기에는 시멘트 생산량도 줄어드는 만큼 수재슬래그 수요가 줄어 이를 저장할 공간이나 활용할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쌍용C&E는 건설비수기에 발생하는 수재슬래그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포스코는 수재슬래그 생산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슬래그를 활용하면 석회석 소성공정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40%를 저감할 수 있으며 석회석의 열분해 및 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최대 60%까지 감축시킨다. 일반적으로 시멘트 1톤을 생산하면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포스코는 포스코건설, RIST와 함께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고성능 시멘트 ‘포스멘트’를 개발해 보급해오고 있다. 슬래그 사용비율을 높이면서도 물리적 성질을 개선한 포스멘트는 내염해성과 내구성이 우수하고 시멘트가 물과 결합할 때 발생되는 수화열이 낮아 콘크리트 균열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을 갖춘 포스멘트는 주로 매스콘크리트(댐·교각 등 대형콘크리트)·해양콘크리트 등으로 사용되며, 인공어초를 만드는 포스코의 바다숲 조성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슬래그에는 칼슘과 철 등 해양생태계에 유용한 미네랄 함량이 높아 인공어초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삼성전자 직원(왼쪽)이 폐수에서 추출한 무기슬러지를 들고 있다. 제철세라믹 직원(오른쪽)이 폐수슬러지를 재활용해 만든 형석대체품을 들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 반도체 폐수침전물이 시멘트 원료와 철강재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 폐기물 중 약 60%는 폐수슬러지(침전물)다. 삼성전자 폐수슬러지에는 20~30%의 생석회(CaO)와 이산화규소(SiO2) 성분이 포함돼 있다. 슬러지를 소성로에 투입하면 나머지 유기성분들은 소각돼 날아가고 CaO, SiO2가 남아 시멘트의 구성 성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폐수슬러지는 주로 시멘트 원료로 쓰여왔지만 최근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 철강재로도 생산 가능하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슬러지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제철세라믹(재활용업체) 등 3사는 2020년 8월 폐수슬러지 재활용관련 기술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 4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0톤의 형석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다. 제철소의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속 불순물(황, 인)을 더욱 쉽게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주성분(플루오린화칼슘, CaF2 50~60%)은 형석과 유사하다. 형석은 전량 해외(남미, 중국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광물이다. 현대제철에서는 연간 약 2만톤의 형석을 수입해 사용해왔지만 이르면 오는 10월 말부터 약 1만여 톤을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하고 향후 점차 사용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기술개발로 그동안 시멘트공장으로만 보내지던 폐수슬러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제철의 형석 구매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세는 리사이클링] ②부산물·침전물이 내구성 강한 시멘트로

주가영 기자 승인 2021.10.13 10:36 | 최종 수정 2021.10.13 17:00 의견 0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리는 쓰레기도 줄이고 자원도 절약할 수 있는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계에선 패각, 제철부산물, 폐전지, 폐플라스틱 등 버리면서도 골치였던 폐기물에서 필요한 원료를 뽑아내거나 재공정을 거쳐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공해의 원인이었던 폐기물들의 쓸모 있는 변신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포스코의 광양·포항 제철소는 단일 제철소 기준 각각 세계 1~2위를 차지할만큼 철강 생산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양도 많아 2018년 기준 2423만 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생산공정은 연·원료인 철광석과 석회석, 원료탄을 가지고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각 공정에서 다양한 철강 부산물이 발생한다. 제철부산물의 종류는 더스트, 슬래그, 슬러지, 밀스케일 등이 있다. 대표적인 부산물은 슬래그다.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분리하고 남은 물질인 슬래그는 포스코 부산물 발생량 중 약 80%를 차지한다.

■ 제철부산물이 친환경 시멘트로

포스코와 쌍용 C&E(구 쌍용양회)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제철부산물 사용확대 및 이를 활용한 친환경 시멘트를 개발하고 있다.

슬래그는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고로슬래그와 제강슬래그로 구분된다. 고로슬래그는 고로가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암석 성분의 뜨거운 용융슬래그다. 이를 밀폐된 설비에서 고압의 물을 분사해 급속 냉각시켜 제조하면 모래 형상의 수재슬래그가 된다.

철 1톤을 생산할 때 슬래그는 약 500kg 정도 발생하는데 고로 수재슬래그를 석회석 대신 사용해 친환경 시멘트를 만들 수 있다. 시멘트의 주원료이자 천연자원인 석회석 대신 슬래그 사용 비율을 높이면 석회석 사용량을 45%가량 절감할 수 있다. ​

수재슬래그는 국내외로 환경안전성과 성능을 인정받아 국내에서는 연간 약 1700만톤이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다. 그중 포스코의 수재슬래그는 지난해 1069만톤이 활용됐다.

다만 건설비수기에는 시멘트 생산량도 줄어드는 만큼 수재슬래그 수요가 줄어 이를 저장할 공간이나 활용할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쌍용C&E는 건설비수기에 발생하는 수재슬래그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포스코는 수재슬래그 생산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슬래그를 활용하면 석회석 소성공정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40%를 저감할 수 있으며 석회석의 열분해 및 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최대 60%까지 감축시킨다. 일반적으로 시멘트 1톤을 생산하면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포스코는 포스코건설, RIST와 함께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고성능 시멘트 ‘포스멘트’를 개발해 보급해오고 있다. 슬래그 사용비율을 높이면서도 물리적 성질을 개선한 포스멘트는 내염해성과 내구성이 우수하고 시멘트가 물과 결합할 때 발생되는 수화열이 낮아 콘크리트 균열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을 갖춘 포스멘트는 주로 매스콘크리트(댐·교각 등 대형콘크리트)·해양콘크리트 등으로 사용되며, 인공어초를 만드는 포스코의 바다숲 조성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슬래그에는 칼슘과 철 등 해양생태계에 유용한 미네랄 함량이 높아 인공어초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삼성전자 직원(왼쪽)이 폐수에서 추출한 무기슬러지를 들고 있다. 제철세라믹 직원(오른쪽)이 폐수슬러지를 재활용해 만든 형석대체품을 들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 반도체 폐수침전물이 시멘트 원료와 철강재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 폐기물 중 약 60%는 폐수슬러지(침전물)다.

삼성전자 폐수슬러지에는 20~30%의 생석회(CaO)와 이산화규소(SiO2) 성분이 포함돼 있다. 슬러지를 소성로에 투입하면 나머지 유기성분들은 소각돼 날아가고 CaO, SiO2가 남아 시멘트의 구성 성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폐수슬러지는 주로 시멘트 원료로 쓰여왔지만 최근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 철강재로도 생산 가능하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슬러지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제철세라믹(재활용업체) 등 3사는 2020년 8월 폐수슬러지 재활용관련 기술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 4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0톤의 형석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 생산에 성공했다.

제철소의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속 불순물(황, 인)을 더욱 쉽게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주성분(플루오린화칼슘, CaF2 50~60%)은 형석과 유사하다.

형석은 전량 해외(남미, 중국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광물이다. 현대제철에서는 연간 약 2만톤의 형석을 수입해 사용해왔지만 이르면 오는 10월 말부터 약 1만여 톤을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하고 향후 점차 사용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기술개발로 그동안 시멘트공장으로만 보내지던 폐수슬러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제철의 형석 구매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