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전예약 행사를 통해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한다 (사진=KB국민은행)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과 관련한 금융권의 과도한 마케팅이 선을 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규정까지 교묘하게 피해가며 자동차를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결국 금융당국도 경품 기준을 다시 손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마이데이터 마케팅과 관련해 일부 시중은행에 주의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마이데이터 마케팅에 대해 지적했다.
앞서 국내 시중은행들은 오는 12월 1일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 시행을 앞두고 가입자를 잡기 위한 이벤트 경쟁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전예약을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적금을 들어주고 NH농협은행도 이벤트를 통해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IBK기업은행도 2만5000명에게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 5000원권 등의 상품권을 추첨해 제공한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차량을 내건 마이데이터 사전예약 이벤트를 시작했다. 적금 가입 혜택, 5000원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다른 은행과는 상품의 규모부터 다르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 마이데이터 사전예약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추첨을 통해 ‘제네시스 GV60’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영업점을 통해 고객 유치 현장 영업도 강화했다. 이벤트 시작 직후 여러 우려가 있었으나 평균 제공금액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고 이미 고객에게 노출이 된 만큼 이벤트를 유지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국민카드와 함께 제네시스 GV70과 GV80을 각각 2대씩 총 4대 내건 사전예약·가입 이벤트에 돌입했다. 국민은행은 이벤트를 띄우면서 '#GV70이 두 대(추첨)', '#GV80도 두 대(추첨)'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우리은행도 마이데이터 사전예약 행사를 통해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한다 (사진=우리은행)
시중은행의 대규모 선물 공세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인 만큼 과당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마케팅은 점차 과열됐고 이를 막기 위해 당국도 나섰지만 은행들이 법령을 어긴 것이 아니기에 ‘주의’ 조치 외에는 어떠한 제재도 내릴 수 없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지만 관련 이벤트에 대해선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이벤트 중단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 근거한 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의 행위 규칙에 따르면 3만원을 초과하는 금전·편익·물품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다만 추첨 등의 방식을 쓸 경우 평균 제공금액이 3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제네시스 자동차가 등장한 건 응모자가 많이 몰려 평균 제공금액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결국 금융당국은 더 이상 오해 소지가 없도록 평균 제공금액에 대한 구체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당국은 구체 방침을 결정하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시작된 마케팅은 시장 통념을 넘어서는 과도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오픈뱅킹과 유사한 수준의 평균 제공금액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