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며 소비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J대한통운 노조 파업이 1달 이상 이어지며 명분은 잃고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으로 활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CJ대한통운 노조의 파업으로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동료 택배 기사들 마저 울분을 토해 파업의 명분을 잃은 지 오래다. 노조는 작년에만 네차례(1, 6, 10, 12월) 총파업을 단행했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의 시름은 깊다. 명절 특수를 앞두고 점유율이 가장 높은 CJ대한통운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매출에 차질이 생기는 탓이다. 상당수 업체들은 CJ대한통운을 피해 타사로 이동하고 있는 분위기다.

28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본지에 “백번 양보해서 택배노조의 파업이 정말 억울해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들의 생존권 때문에 나의 생존권은 침해받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A씨는 중국에서 악세사리 등을 들여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보통 중국에서 주문하면 현지 도매상에게 구매하는데 2~3일 그리고 비행기로 들여오는데 2~3일 정도 걸린다. 여기에 세관통과하는 과정에서 1~7일이 소요된다.

A씨는 “소비자들에게 주문을 받아 신년맞이 물품을 중국의 업체에 주문했다. 해당 물품은 관세법인에서 배송한 후 택배사를 통해 배송이 이뤄진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택배파업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관세법인은 Cj대한통운에서 접수했으니 책임지고 보낼꺼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달의 시점이 흐른 지금 A씨는 택배를 받지 못했다. A씨가 대한통운에 문의한 결과 이달 4일경 김포 쪽으로 배송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얼마 후 물품은 용인에 가 있었다.

A씨는 “현재 김포는 택배노조 파업 지역이다. 택배사로부터 해당지역에서 택배 수령을 거절해서 반품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물건을 빨리 받아야해서 직접 찾아가 수령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택배를 찾기도 힘들고 파업 인원들이 점거하고 있어 물건을 찾아갈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대비 이번달 예상 매출이 20%도 안 된다. 내가 택배노조들한테 무슨 피해를 줬다고 나의 재산권과 생명권을 위협하느냐”며 분개했다.

이용자들의 이 같은 사정을 CJ대한통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10% 남짓하는 일부 노조원 들 때문에 업계에서도 파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며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극심한 배송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고객 이탈과 매출 감소로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일반 택배기사와 대리점의 피해는 물론 현장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사측은 노조의 근거 없는 주장과 악의적 비방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며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요구해 왔다. 이달 5일 국토교통부에 사회적 합의 이행에 대한 현장점검을 제안했다. 노조에는 최소 그 기간만이라도 사실 왜곡을 중단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 노조는 합의 이행에 대한 회사의 노력을 폄훼했다. 계속 투쟁 수위만 높이며 국민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리점연합도 택배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이 국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처사라는 입장이다.

대리점연합 측은 “노조 지도부의 허위 주장과 수차례 요구를 번복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명절 택배대란 없이 특수기가 끝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택배기사도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는 “하루에 소화해야 할 물량이 적지 않다. 그동안 생계를 위해 하나라도 빨리 전달하려고 정신 없이 현장을 누볐다. 그런데 파업이 연이어 벌어지며 어떤 소비자분들은 택배기사들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택배기사분들이 많다. 내부에서도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연히 열심히 일하는 택배기사들도 욕을 먹는 경우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 참여자는 쟁의권이 있는 1650명이다. 수치로 보면 전체 택배기사 2만명의 8% 정도다. 연말 성수기와 설 특수기가 겹치며 경기와 영남 등 일부지역에서 배송 차질이 발생 중이다.

1년 전 택배기사의 과로사 문제 등으로 파업을 지지하는 여론이 커지고 이후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24일 국토교통부가 지난 24일 택배 사회적 합의 이행상황 1차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분류인력 투입 등 합의사항이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최근 설 명절 기간 동안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인력 1700여 명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