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전쟁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3월 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선제적으로 3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국제 유가, 원자재, 곡물가, 운임 등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월 집계하는 세계 식량 가격 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우리나라는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 곡물 가격이 10% 상승 시 국내 소비자 물가는 0.39% 상승한다. 즉 식량 가격의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을 주는 ‘애그플레이션’의 위험성이 있다.
공급망 병목 현상,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은 불가피하다. 다만 흐름이 가파르고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는 원유뿐만 아니라, 곡물 가격에도 밀접한 영향을 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요 곡물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으로 1년에 3600만톤, 우크라이나는 2420만톤을 미국에 수출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던 지난 2014년에 1개월 동안 밀 가격이 75% 급등한 전례도 있었다.
지정학적 리스크뿐 아니라 곡물 가격을 올리는 다른 요인들도 존재한다. 비료 가격 급등이 단적인 예다.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은 현 상황에 육상, 해상, 항공 운임비가 인상되면서 비료값 또한 2021년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농기구 가격 역시 인상되어 생산 농가에서는 당연히 곡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 역시 곡물 가격의 중요한 요소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이상 현상으로 옥수수 주요 생산지인 미국의 인디애나, 일리노이, 미주리 등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이렇게 곡물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식음료업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심을 눈여겨 볼만하다. 필수 소비재 중 하나인 식음료는 곡물 가격 상승 때문에 제품 가격을 인상하여도 수요가 탄력적으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분을 전가하기 쉽다.
농심은 1월 미국, 아시아 등 주요국들의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재 견조한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농심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은 연결 기준 6759억원, 영업이익 306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17.7%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8월 중순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 출고가를 평균 6.8% 인상하였기에 달성한 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곡물가가 하향 안정된다면 식음료업 특성상, 한번 올린 가격을 다시 낮추는 일은 거의 없기에 마진폭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추가로 벨류에이션으로 보더라도 현재 농심의 주가는 PBR 0.8배 수준의 저평가 국면에 들어가 있어 앞으로의 흐름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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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소개> 양종혁씨는 SBS BIZ, 한국경제TV, 머니투데이방송, 서울경제TV 등 방송에 출연하고 있으며 머니투데이 증권에 증시 전문가로 칼럼을 게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