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역부(積水易腐-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외부감시와 환류(還流)가 없는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전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기원전 535년경-475년경)는 "인생에서 유일한 상수는 변화(The only constant in life is change)"라는 말로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양(+)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또 "같은 강은 두 번 발을 들여 놓을 수는 없다(No man ever steps in the same river twice)"는 말도 남겼다. 강은 언뜻 보기에 똑같아 보이는 듯 해도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며,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상이 끊임없이 유통하는 상태로 변화한다'고 믿으면서 "모든 것은 흐르고 정지된 것은 없다(Everything flows, nothing stands still)"는 뜻이다.
결국, 우리 인간이 변하지 않으면 부패하며 그럼으로써 존재의 가치가 말살되며, 삶이 궁핍해진다. 따라서 어떤 정부든, 기업이든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부패한다. 모든 조직은 시스템에 의해 작동돼야 하는 데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연결된 사적관계가 개입되기 시작하면 강력하게 구축된 그 어떤 철옹성도 붕괴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구성된 조직도, 아무리 좋은 의도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도, 아무리 잘 정돈된 법과 규칙도 3년이 경과할 때부터 이끼가 끼기 시작하고 6년이 지난 때부터 인간들의 욕망이 개입하여 카르텔이 형성되며, 9년이 지나면서 부패하기 시작한다. 그 어떤 조직도 시스템에 의해 작동돼야 하는데 그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3-6-9년을 주기로 수시로 점검해야 하며 또한 시대환경 변화에 따라 10·20년을 주기로 대변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해방(1945.8.15) 이후부터 현재(2025.8.15.)까지 80여년 동안 사대주의자, 친일세력, 경찰, 군부, 사법, 검찰, 정치인 등 사회기득권 세력에 의해 국민의 정신과 육신이 점령당했다. 이러한 積水易腐(적수역부) 상태로 변화와 개혁없이 국가정체성의 흐름이 멈추었고 사회 곳곳이 부패한 채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따라서 국가성장을 위해서 변화와 혁신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래야만 정부나 기업 등은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며, 강력한 에너지가 생겨난다.
첫째, 정부 조직을 수시로 변화해야 하며, 사람을 교체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5년 임기에 4주기인 20년 시점이 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법과 제도, 사람과 돈 그리고 국가운영 시스템을 전면 재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 법, 규칙, 사람 등 국가 시스템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상설 기구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
국회의원은 최소한 4년 임기에 3연임, 12년간 임기 마치면, 그 이후에는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사회가 정화된다. 그리고 공무원은 한 부처에서 20년, 30년 이상 근무하면 분명 나태해지고 부패해진다. 따라서 최소한 5년 주기로 전혀 다른 근무처로 이동해야 하며, 2~3년 주기로 엄격히 평가해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10년을 주기로 최소한 1년은 조직에 관여할 수 없게 휴년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적관계 형성으로 부패하고, 카르텔 형성으로 되돌릴 수 없는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인사관리를 수시로 점검하여, 조직을 정화하여 투명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특히, 사법,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감원 등 권력기관은 소수 인력으로 십수년 동일한 권력을 누리기 때문에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 이들 부처는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으로 채용된 지 2~3년이 경과할 때부터 권력을 누리기 시작하며, 부패권력의 한 축이 되어 국가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는 곧 국가 위기로 직결된다.
따라서 다양한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감시기능을 두어 2년을 주기로 그 업적을 평가받아야 하며, 이들의 업적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 사법, 검찰, 경찰, 감사원, 금감원 등 권력기관 종사자는 업무가 전혀 다른 타 부처에서 일정 기간 순환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이들 권력기관은 수사내용, 기소내용, 판결내용을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기관의 잘못된 수사나 잘못된 기소, 잘못된 판결 결과의 업무행위에 대해 기록으로 남겨두어 감시기능을 강화하여 신상필벌(信賞必罰)로 엄벌히 다스려야 한다. 또한 그 잘못된 업무의 책임 기한을 무한으로 정해 두어야 한다.
둘째, 국가 공무원 채용제도 변화와 무한경쟁시스템 도입이다. 지금까지 공무원 시험은 1949년 국가공무원법 및 보통고시령을 제정하고 5급은 고등고시, 7급, 9급은 보통고시 제도로 시작하여, 최근까지 행정고등고시(5급)과 7급, 9급의 형태로 국가공무원 시험으로 공무원을 선발하는데 그 근거가 학력이었다. 5급은 행정고시로 불리며, 고위직 공무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며, 7급과 9급은 서민층도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시험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시험 제도는 너무 오랜 세월 동안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7급과 5급을 폐지하고, 9급으로 일원화하여 그 제도를 경쟁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고학력 시대에 이와 같은 공무원 제도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있으며, 헌법의 인간평등권에 위배되기도 하며, 젊은 청년들의 순수경쟁을 저해하기도 한다.
또 우리 사회 모든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보면 동일한 소정요건에 따라 동일 등급으로 채용되고 있는데, 유난히 공무원만 불평등한 차별적 등급제도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불합리한 공무원 제도와 고위공무원으로 우대받는 5급, 7급 채용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그동안 5급은 스스로 고위공무원이라 하여, 권위주의의 산물로서 공무원 조직구성원의 위화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경쟁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었다. 단지, 5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업무는 공무역할일 뿐인데, 신입채용으로 5급으로 채용되다 보니, 이를 자신의 계급이라 생각하고 우월감을 가진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젊은이는 대학졸업자가 70% 이상이기 때문에 어떠한 업무를 맡겨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제 모든 공무원 채용 시험은 9급으로 일원화하는 대변혁을 해야 한다.
셋째, 젊은 청년의 취업난 해소와 고용제도 변화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단순노동, 육체노동 중심의 인적 배치에서 이제는 첨단산업에 필요한 지식노동자, 스마트한 인재가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젊은 청년은 지식노동자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
2023년 기준으로 볼 때, 4년제 대학 졸업생은 31만5082명, 교육대학 3575명, 사이버대학 3만5019명, 방송통신대학 2만7027명 등이 매년 배출된다. 이와 같이 매년 40여만명이 지속적으로 배출됨에 따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정부, 기업, 금융기관, 창업 등의 고용에는 한계에 부딪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젊은 청년의 실업율이 증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세심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많은 교육비용을 들여 인재를 육성했다 하더라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채용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산업구조의 변화가 단순노동의 제조 및 서비스에서 빅 테이터를 활용한 AI의 자동화 시스템, 로봇활용 등 지식산업으로 전환되다 보니, 젊은 인적자원의 고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 고정비용은 확대되고, 가변비용이 최소화되어 기업이익은 극대화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사내유보금 증가로 나타난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더불어 민주당 임광현 의원) 2023년 기준 연매출 5000억원 초과 법인 979개가 보유한 사내유보금은 1527조2475억원에 달한다(인천투데이, 김갑봉·인투아이, 2025.08.12.;화). 이는 979개 대기업이 1527조원을 쌓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증가된 사내유보금으로 젊은 청년 채용을 증가시켜 증원된 종업수 만큼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있다. 즉, 주 4.5일 근로시간 도입하면 고용증대와 기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현재 한국 기업은 해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 시점에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해외 주재원을 증원시켜 해외비즈니스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와 같이 근무시간 단축과 고용증대가 비효율적이라고 할지라도 젊은 청년의 고용증대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며, 현장 실무교육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로봇이 제조생산에 투입됨으로써 청년일자리가 감소하기 때문에 로봇세를 부과하여 그 기금으로 고용확대에 활용해야 한다.
세상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항상 동일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또 다른 대응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積水易腐(적수역부) 고인 물은 썩기 때문에 日新又日新(일신우일신)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이와 같은 사회변혁이 이루어질 때, 투명한 사회가 형성되며,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공공기관과 이에 종사하는 공무원 그리고 국가사회 운영하는 법과 제도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홍 교수는 조선대학교 대학원장, 경상대학장, 무역학과 교수로서 학문을 연구하고, 30여년간 후학을 양성하는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제e-비즈니스학회장, 한국통상정보학회장, 한국무역학회부회장, 무역금융보험학회 편집위원장 등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무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한국경제성장의 성장기틀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물적, 인적, 기술적, 문화적 글로벌화가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글로벌 제반 담론을 리뷰형식으로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