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라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완성차 5사의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가 세계 금융위기 때만큼 힘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부품 수급난을 겪으면서 생산 차질을 빚어서다.
완성차 업계는 그나마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를 대처하면서 6월 판매 하락률을 소폭으로 줄였다. 하지만 노조 파업이 예고돼 있어 하반기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다.
■ 올 상반기 내수 66만여대…2009년 61만여대 이후 최저
4일 국내 완성차 5사에 따르면 각 사의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을 종합한 결과 국내외에서 총 354만2431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69만7475대 대비 4.2% 줄어든 수치다.
수출보다 내수 감소가 더 컸다. 올해 상반기 해외판매는 287만354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7만3211대 대비 3.4% 감소했다. 국내 판매는 66만88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만4264대보다 7.6% 줄었다.
특히 국내 판매는 세계 금융위기 다음 해인 지난 2009년 당시 61만6007대를 기록한 이후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부품난 여파가 생각보다 심각했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5사 중 현대자동차·기아·한국GM은 국내외 판매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외 판매량이 187만719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3만1185대보다 7.6% 감소했다. 기아는 올 상반기 141만86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4만4107대보다 1.8% 하락했다. 한국GM은 12만27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4783대 대비 20.7% 하락했다.
르노코리아는 올 1~6월 7만61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올랐다. 국내 판매는 2만62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840대 대비 9% 하락했지만, 해외 판매는 4만9926대를 판매해 지난해 2만7086대보다 84.3%나 올라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 4만7709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4만314대보다 18.3% 상승했다. 국내·해외 판매가 각각 2만8177대, 1만95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625대, 1만3689대 대비 각각 5.8%, 42.7%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르노코리아와 쌍용차의 판매량이 완성차 3사의 판매량에 미치진 못하면서 완성차 5사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기아 전기차 EV6 등 전시 차량 (사진=기아)
■ 완성차 5사, 6월 판매량 2.2%↓…“반도체 여파 있지만, 영향 최소화”
올해 6월 국내 완성차 5사의 판매량은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여파로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다만 반도체 배분을 유연하게 하면서 점차 회복하고 있다.
현대차 지난 6월 국내 5만9510대, 해외 28만1024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34만534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35만6631대보다 4.5% 줄었다.
현대차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해외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5% 감소했다.
차종별로 보면 국내에서 세단은 그랜저가 7919대, 쏘나타가 4717대, 아반떼가 3310대 등 총 1만5975대가 팔렸다. RV(레저차량)는 팰리세이드 5760대, 싼타페 2913대, 투싼 2864대, 아이오닉5 1507대, 캐스퍼 4401대 등의 순으로 판매돼 총 2만6대를 팔았다.
기아는 6월 국내 4만5110대, 해외 21만3500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25만8610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한 것으로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증가했다.
해외 판매는 지난해보다 4.3%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스포티지가 3만8688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고, 셀토스가 2만545대, K3(포르테)가 1만7358대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감소했다. 쏘렌토가 5593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이어 카니발 5590대, 스포티지 4513대, 니로 3821대 등 총 2만5681대가 팔렸다. 승용차는 K8 4012대, 레이 3812대, 모닝 2414대, K5 2352대 등의 순으로 총 1만4837대가 판매됐다. 상용 모델은 봉고Ⅲ가 4386대 등 버스와 트럭을 합쳐 총 4592대가 판매됐다.
쌍용자동차가 오는 13일부터 신차 ‘토레스’의 사전 계약을 실시한다. (사진=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달 판매량이 국내 7515대, 해외 4496대 등 총 1만201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한 수치다.
국내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4% 늘었다. QM6가 같은 달보다 24% 늘어난 4386대 판매되면서 6월 르노코리아의 국내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국내 유일 LPG SUV 모델 QM6 LPe는 QM6 전체 판매의 약 63%인 2754대 팔렸다.
르노코리아의 또 다른 인기 차량 XM3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9% 늘어난 2596대가 팔렸다. 승용 모델 SM6는 지난해보다 104.7% 증가한 389대를 판매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감소했다. XM3(수출명 르노 꼴레오스)가 6월 3832대가 판매됐다.
쌍용차는 6월 국내 4585대, 해외 3424대 등 8009대를 판매하며 4개월 연속 글로벌 판매량 8000대 이상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전체 판매는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감소했다. 국내 판매도 지난해보다 19.9% 줄었다.
해외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2% 증가하면서 상승세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품 수급 제약이 지속되면서 수출 회복세에도 1만대 이상의 선적 적체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형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사진=한국GM)
한국GM은 6월 국내 4433대, 해외 2만2255대 등 총 2만6688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로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 2021년 6월 2만6876대 판매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44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8% 감소했다. 쉐보레 스파크와 트레일블레이저가 각각 1205대, 1987대 팔렸다. 최근 출시된 더 넥스트 이쿼녹스는 299대, 콜로라도는 264대가 팔렸다.
수출은 2만2255대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5.3% 증가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고 실적을 낸 것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 GX는 1만5692대가 팔렸다. 스파크는 3882대가 해외에서 판매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은 탓으로 6월 판매가 대체적으로 저조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유연한 반도체 배분 등으로 공급 지연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반기 노조 파업 예고로 ‘실적 하락’ 우려
올 하반기엔 또 다른 복병으로 노조의 파업이 예고되면서 생산량 하락이 우려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이달 1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71.8%가 찬성하면서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4일 중앙노동위원회 회의에서 노사 간 이견이 크면 현대차 노조는 4년 만에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6만5200원을 인상하고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