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신라젠 대표이사. (사진=신라젠)
신뢰 회복을 내년 목표로 삼은 김재경 신라젠 대표이사가 신약 연구개발(R&D)에 매진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임원들의 배임, 횡령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신라젠이 내년 경영 방침으로 ‘경영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3월 열린 제1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술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해 기존 운영하던 ‘내부거래위원회’를 폐지하고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이후 5월 이사회를 통해 투명경영위원회 위원 선임 및 기술위원회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신라젠은 “임원들의 배임, 횡령 등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며 “해당 위원회에는 사내 이사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을 더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라젠은 경영의 안전성을 위해 거래정지 사유가 된 전 임원진을 모두 교체하고 지난해 엠투엔을 최대주주로 변경했다. 신라젠은 “엠투엔은 자발적인 3년간의 보호예수를 통해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라는 과업 달성을 위해 끝까지 신라젠을 책임질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신라젠이 신뢰 회복을 제고한데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전 임원들의 횡령·배임한 정황이 드러난 것에 기인한다.
앞서 신라젠은 문 대표 등 임원들의 횡령·배임 행위로 지난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12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 유지 결정을 받고 다음날 주식거래는 재개됐다. 재판부는 지난 8일 문 전 대표 등 전 임원들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 ‘연구중심’ 신라젠, 항암 신약 개발 선도 기업으로 우뚝
신라젠은 신뢰 회복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R&D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등 연구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신라젠은 연구개발 인력을 지난해 대비 40% 늘려 박사급 5명, 석사급 6명 등 총 21명의 연구 인력을 충원했다. 특히 노바티스·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임상 경험이 있는 마승현 최고의약책임자(CMO)를 영입했다. 신라젠은 "앞으로 연구개발 인력을 더 충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젠은 R&D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SJ-607 등을 비롯한 SJ-600 시리즈의 연구개발에 그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시리즈는 암 치료 플랫폼이다.
현재 SJ-607의 동물 전임상을 마무리한 단계로, 내년에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같은 최고 권위의 학회에서도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스위스 바실리아사로부터 기술 도입한 ‘BAL0891’의 미국 임상 1상을 시작하고 환자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젠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난치성 암종을 타깃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향후 혈액암(AML)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BAL0891은 지난 9월 신라젠이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총 계약 규모는 약 3억3500만 달러로 마일스톤 대부분은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지급하는 조건이다. 당시 신약 파이프라인 추가 확보가 필요했던 신라젠의 거래재개 요건을 충족시킨 도입 계약이기도 하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임상에 집중해 발 빠르게 글로벌 빅파마로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인재 확보 등을 통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