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B 노선도. (자료=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 GTX 노선 별 민자 구간 선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새 구간 신설 계획에도 잰걸음을 보인다. 국토부는 오는 2024년에 GTX-A 구간을 개통하고 그해 5차망 계획 수립에도 나서자는 분위기지만 일정이 빠듯하다. 이와 함께 기존 노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한 조정 문제가 사업 속도에 변수로 떠올랐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GTX 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사업 추진 관련 지역별 건의사항을 모았다.
같은날 국토부는 GTX-B 노선 민자구간(인천대입구~용산, 상봉~마석)의 사업신청서를 평가한 결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당초 B노선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착공 목표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으나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B와 C노선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쳤고 D노선은 사전타당성 조사를 끝냈다. A노선은 착공 중으로 오는 2024년까지 개통에 나선다. A노선의 재정 구간(삼성~동탄)은 올해 시범운행에 들어간다.
국토부는 기존 GTX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 국가철도망 5차망 구축계획 수립에도 나선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10년 단위로 수립, 5년에 한번씩 수정·보완하는 법정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4차망 계획이 공개된 지난 2021년의 5년 뒤인 2026년의 5차망 계획이 공개돼야 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1년 앞당겨 2025년에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국토부는 기존 GTX 사업에 빠른 추진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새로운 철도 계획 구상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신규 국가철도망 계획을 앞당기는 것만큼이나 기존 GTX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역량을 쏟아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 2분기 착공이 목표인 C노선 사업과 관련해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외벽. (사진=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노선에 대해 안전성을 문제삼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채택된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통과한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지어진지 40년이 넘은 단지 밑으로 터널을 뚫는다면 지반 붕괴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회전식 터널 굴진기(TBM)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해 폭약을 터트려 터널을 뚫는 '발파 공법'보다 훨씬 안전하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또 은마아파트에서 요구하는 삼성-양재역 구간 직선 노선 변경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GTX-C 삼성역-양재역 구간을 최단 거리 직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GTX-A와 C가 모두 정차하는 삼성역 구조상 기술적으로 불가하고 삼성역은 GTX-A와 C 노선이 같은 층에서 평면 환승으로 계획돼 있어 GTX-A노선과 상하 교차하기 위해서는 역 전후로 일정 직선거리가 확보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은마아파트 측이 국토부의 이 같은 주장에 재반박에 나섰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한국터널환경학회에 ‘GTX-C 노선의 삼성-양재역 구간 직선 연결 가능 여부’를 질의한 결과 불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여러 개의 터널이 근접교차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도심지 터널에서는 10m 이내 근접 시공, 일본의 신간선 및 고속도로 등에서 3.6m~2.5m 상하교차 등 국내외에 다수 시공사례가 있다.
한국터널환경학회 관계자는 “기존 터널과의 교차 사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GTX-C 삼성-양재역 구간 최단거리 직선 공사는 특수 공법을 적용한다면 시공이 기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 GTX-C 노선의 경우 삼성-양재구간 노선은 최단 거리가 아니며, 굳이 직선 노선을 두고 은마아파트로 멀리 우회해 관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심도라서 안전하다면 당연히 직선 공사를 했어야 하며 위험하다면 하천을 우회하는 공사가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거주민들이 관련 공사 결정에 따라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토부가 2분기 착공을 앞둔 GTX-C 사업을 기존 노선대로 강행할 전망이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의 뜻을 밝힌 만큼 갈등 조정보다는 빠른 사업 마무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노선을 변경한다면 그만큼의 시간이 소모되는 탓이다.
여기에 국토부는 은마아파트의 "삼성-양재역 구간 최단거리 직선 공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로부터 터널 이격거리에 대한 잘못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받은 질의에 답변한 것임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거듭 반복되고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할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알려드린다"고 경고하는 등 대립각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