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된 막걸리. (사진=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대체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내 막걸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아스파탐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 대다수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WHO의 예고가 현실이 되면 서울장수·지평주조·국순당 등 국내 막걸리는 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구체적인 가이드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아스파탐을 대신해 다른 감미료를 사용하는 ‘제조법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지정할 예정이다. 2B군은 인간 혹은 동물실험 결과가 제한적인 경우를 의미한다. 담배, 우레탄 등이 속한 A, 2A군보단 단계가 낮다.
이 같은 소식에 막걸리 업계는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장수와 지평주조, 국순당 등이 단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하고 있다.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5200억원 가량으로 이들 3사가 전체 국내 막걸리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서울장수는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지평주조는 지평생쌀막걸리, 지평생밀막걸리 2종에, 국순당 생막걸리, 대박 막걸리 2종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함량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량(성인)에 따라 1병 당 허용량의 약 3% 정도만 함유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감미료다. 국내 식음료업체들은 무설탕 제품에 주로 쓰고 있다.
막걸리 업계 한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막걸리에 발효를 억제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고, 쌀을 적게 넣고도 단 맛을 유지할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업계는 아스파탐의 위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식약처의 기준에 따라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이 공동 대응 기준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면서 “식약처 등 외부 전문 기관 등의 하위 기준이 명확해지면 아스파탐의 전면 교체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평주조와 국순당도 동일한 입장을 표명했다.
■ 식약처 “아스파탐 평가 결과에 따라 기준 마련할 것”
식약처는 아직 아스파탐과 관련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7월 14일 이후 아스파탐과 관련된 명확한 입장이나 향후 계획 등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스파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인증 받은 식품 첨가물이다. 국제 동향에 맞춰 아스파탐의 사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식약처는 발간 자료를 통해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초과하려면 성인 60㎏ 기준 막걸리를 하루 33병 마셔야 하는 등 사실상 하루에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ADI는 사람이 어떤 물질을 일생동안 매일 먹어도 유해한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체중 1㎏당 하루 섭취량을 말한다.
체중이 35㎏인 어린이 기준 아스파탐 ADI를 초과하려면 하루에 다이어트 콜라를 55캔 마셔야 한다. 250㎖ 용량의 다이어트 콜라 1캔에는 약 43㎎의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다. 60㎏ 성인의 경우 막걸리(750㎖·아스파탐 72.7㎖)를 하루에 33병 마셔야 ADI에 도달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에 대한 평가 결과를 오는 14일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
국제암연구소는 약 1300건의 연구를 분석해 아스파탐의 위해성 여부를 판단한다.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는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과 식이 노출평가 등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종합적인 평가 요약은 오는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각)에 국제학술지 더 랜싯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온라인으로 게재된다.